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국가들의 수소인프라 투자 확대 추세에 발맞춰 그린수소 등 친환경 신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중동 그린수소시장에 도전한다.
21일 중동건설전문매체 MEED 등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한국전력공사, 포스코와 팀을 구성해 오만 에너지개발공사(EDO)의 수소사업 자회사 오만수소개발(hydrogen oman)이 추진하는 그린수소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자격증명(SOQ)을 제출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안팎에 따르면 회사는 자격증명 제출 뒤 프로젝트 입찰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오만수소개발은 2022년 10월 오만이 탄소제로 정책 아래 그린수소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새롭게 설립한 국영기업이다. 수소 관련 민관투자 프로젝트 실행을 담당한다.
오만수소개발은 현재 동부 해안의 두큼(Duqm), 남부 섬레이트(Thumrait)지역 등에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과 수출을 위한 부지를 지정하고 개발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오만은 203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량을 연간 100~125만 톤, 2040년까지는 325~375만 톤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오만 정부는 2050년까지 누적 투자금 1400억 달러(약 181조 원)이 그린수소분야에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오만수소개발의 프로젝트 초기 계획 자료를 보면 두큼 등 그린수소 개발 프로젝트에서 각 부지별 사업자가 토지의 용익권을 47년 동안 보유하면서 그린수소 생산, 변환, 수출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오만수소개발은 두큼에 있는 2개 부지 입찰을 4월 마감하고 섬레이트 부지도 올해 말까지 낙찰 절차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남궁홍 대표는 바로 이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이름을 올리면서 시장 선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 주오만한국대사관과 오만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주최한 한국-오만 그린수소 전략포럼에 참여했다. 이 포럼에는 알 아우피 오만 에너지광물부 장관이 오만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고 한국기업 가운데는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홀딩스 등이 참여해 그린수소 산업 발전전략과 주요 플랜트사업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부터 기존의 화공, 비화공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사업 외 수소 생산과 변환, 활용을 비롯한 친환경분야 신사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수소생산과 국내 도입·활용분야에서 기본설계 이전 단계(FEL)부터 설계조달시공(EPC), 운영(O&M)까지 참여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차별적 지위를 다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회사의 친환경 신사업 IR자료에 따르면 우선 2023년까지 아시아와 중동에서 수소생산·변환 사업개발과 기본설계 이전 단계 등을 추진한다는 세부 목표도 설정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서 2022년 9월 롯데케미칼, 포스코와 함께 말레이시아 사라왁 그린 수소 및 암모니아 개발사업을 맡아 현재 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면서 그린수소분야 플래그십 프로젝트 첫 번째 목표인 아시아 지역 수소개발사업의 발을 뗐다.
이번 오만 그린수소 개발 프로젝트는 회사가 다음 단계로 설정한 중동 수소생산·변환 사업 개발시장 진출을 가시화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오만은 두큼과 섬레이트 그린수소 부지를 수소 생산뿐 아니라 수출 기지로 삼아 한국, 일본, 서유럽 등에 수소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계획한 그린수소 국내 도입과 활용사업부분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한 셈이다.
오만 그린수소 개발 프로젝트는 중동 친환경 플랜트시장 공략의 주춧돌 역할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 가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소에너지, 탄소포집 등 친환경에너지 개발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린수소 등 친환경에너지산업을 키워 ‘포스트 오일’ 시대에도 에너지 패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주력 시장인 중동 에너지시장의 변화를 고려하면 그린수소 등 친환경 플랜트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일은 삼성엔지니어링에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그린수소, 암모니아분야는 장기적으로 솔루션분야 신사업으로 다각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오만 등 중동 그린수소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수소경제시장은 2050년 2조5천억 달러(약 3천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남궁 사장은 1965년 태어났다. 상문고와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2015년부터 아랍에미리트 법인장을 지내며 두각을 드러내 안팎에서 ‘중동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궁 사장은 2020년 말 임원인사에서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승진해 해외 화공플랜트사업을 이끌었고 2023년도 정기 임원인사로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에 올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