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유동성 고비를 넘겼지만 분양시장 한파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최근 자금 1조5천억 원을 조달해 경영정상화에 한 발 다가섰다. 하지만 여전히 우발채무 부담을 안고 있어 올해 분양단지 등 사업장에서 수익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유동성 고비를 넘겼지만 분양시장 한파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고금리, 매수심리 위축 등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의 재무상황과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분양은 어느 건설사에나 현금흐름 우려를 낳는다는 점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롯데건설은 특히 지난해 불거진 우발채무 뇌관을 안고 있는 만큼 분양실적이 부진하면 추가 자금조달 부담 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건설은 2023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이 3조5천억 원, 1조8천억 원 수준이었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그룹 투자협약으로 현금유동성 1조5천억 원을 확보하고 단기적 차환 위험은 해소했다”면서도 “우발채무 부담을 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양, 입주실적 등 사업장별 수익성 확보와 원활한 사업진행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도 “롯데건설은 보증을 제공한 주요 분양현장 분양률이 양호하고 예정 사업장도 서울 포함 수도권 비중이 46%에 이르러 사업성이 양호하다”면서도 “분양경기 침체 상황에 분양실적이 부진하면 우발채무 해소 계획 등 사업 관련 위험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실 있는 경영관리를 강조했다. 연초부터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하면서 단기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분양시장을 포함 매서운 경기 불황에 따른 대응 전략 수립에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은 올해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단지를 포함해 경기도 구리시 인창C구역 재개발단지, 서울 청담삼익 재건축단지, 자양1 재개발단지, 삼선5구역 재개발단지 등 모두 2만7941세대를 분양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현재 분양시장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첫 분양단지인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 분양흥행이 예상되면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롯데캐슬 포레스트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사화동 사화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으로 공급하는 아파트다.
28일부터 계약에 들어가는데 앞서 1순위 청약에서 모든 주택형 청약이 마감됐다.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단지 1블록이 28.7대 1, 2블록은 28대 1로 단지 전체 평균 경쟁률이 28.3대 1 수준을 보였다.
롯데캐슬 포레스트는 정부가 1월3일 내놓은 파격적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기존 전매제한 3년 규제가 풀리면서 당첨자 발표일부터 1년이 지나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는 등 규제해제 수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 재건축 알짜단지로 꼽히는 청담르엘도 올해 상반기(5월)로 분양계획이 잡혀있다.
청담르엘은 강남구 청담동 134-18번지 일대 청담삼익아파트를 재건축해 최고 35층 높이 9개 동, 1261세대를 공급하는 단지다. 강남 대표적 부촌인 청담동에서도 대부분의 세대가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로 시장의 관심이 높다.
현재 분양시장은 금리인상,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분양가에 더 예민한 상황이지만 청담르엘은 일반분양물량이 176세대로 많지 않은 데다 재건축 분양물량에서 흔치 않은 전용면적 171㎡ 펜트하우스 물량 등이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여름 분양일정이 밀린 경기도 구리시 인창C구역 재개발도 올해 3월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인창C구역 재개발은 전체 1180세대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이 679세대로 많은 편이다.
다만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시장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롯데건설도 분양일정을 포함 사업전략에 고심이 깊은 분위기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올해 분양계획은 정책과 시장 동향에 따라 일정 변동이 클 수 있다”며 “다만 조합원이 많은 재건축 단지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설산업 리포트에서 올해 미분양 아파트가 9만7천 호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11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5만8천 호인 것과 비교하면 미분양 주택이 4만 호 넘게 급증할 것으로 본 것이다.
현재 분양시장에 나선 단지들의 초기 분양률은 기존 평균 82% 수준에서 60%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16만5천 호에 이르고 홈쇼핑에서 아파트를 팔았던 2008년 12월을 언급하면서 “미분양 아파트 증가로 건설사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과거에도 미분양으로 건설사 재무상황 악화, 대규모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시장은 2022년 연말 심화됐던 신용경색 문제는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2023년은 미분양 리스크 관리가 건설사 실적 증감의 핵심 요소”라고 바라봤다.
박 부회장은 2022년 11월 유동성 위기론이 불거진 롯데건설 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박 부회장은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14년가량을 건설에서 경력을 쌓으며 보내고 롯데 정책본부에서도 건설과 화학 분야를 담당한 만큼 건설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그룹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대내외적으로 위기관리 능력도 인정받았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