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1-17 11: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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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 약물들을 따돌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런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세노바메이트 판매 확대를 올해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주력 신약에 대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SK바이오팜의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매출을 극대화해 실적을 개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동훈 사장이 2일 SK바이오팜 신년회에 참석해 말하고 있다. < SK바이오팜 >
17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세노바메이트(제품이름 엑스코프리)는 2020년 5월 미국에서 출시된 뒤 꾸준히 판매 실적이 증가하는 중이다.
2022년 12월 세노바메이트 처방실적은 1만7133유닛(처방 단위)으로 추산됐다. 1년 전보다 61.8% 증가했고 2022년 11월과 비교해도 6.0% 성장했다.
경쟁 약물과 비교하면 세노바메이트의 성장세는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UCB '브리비액트(2만7641유닛)', 에자이 '파이콤파(1만5009유닛)', 선오비온 '앱티옴(1만7893유닛)' 등이 처방됐는데 처방실적이 1년 전보다 각각 25.1%, 14.8%, 9.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도 2021년 4분기 279억 원에서 2배가량 늘어 2022년 4분기 540억 원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강점인 완전발작소실율을 앞세워 처방 수요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뇌전증 환자의 발작을 완전히 멈추는 비율인 완전발작소실율은 기존 치료제에서 3~5%인 반면 세노바메이트 복용 환자는 28%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지난해 3월 대표적 뇌전증 치료제 '빔팻'의 특허가 만료된 일도 세노바메이트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시선이 나온다. 뇌전증 환자들은 통상 여러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데 빔팻 복제약이 일제히 출시되면서 약가 부담이 낮아진 만큼 세노바메이트 처방 수요도 늘었다는 것이다.
다만 세노바메이트 판매 실적이 늘어나는 중에도 SK바이오팜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매출 888억 원, 영업손실 92억 원을 냈고 지난해 4분기에도 2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개발과 영업활동 등으로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올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 2022년 세노바메이트의 안정적인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영업활동 재개와 임상 진행에 따른 연구개발비용 증가로 영업적자가 지속됐다"고 바라봤다.
이동훈 사장은 이런 상황을 추가적인 판매 확대로 돌파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사장은 지주회사 SK에서 바이오투자센터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말 SK바이오팜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은 올해 초 신년회에서 "SK바이오팜은 한국을 넘어 미국, 유럽 제약시장에서 성공을 이뤘지만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하기 위해 조직과 개인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조직의 성장을 위해 세노바메이트의 매출을 극대화하고 차세대 후보물질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사장체제 SK바이오팜이 인센티브 지급, 광고활동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추진해 뇌전증 치료제시장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나아가 수익성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SK바이오팜 주식 약 2억1천만 원어치를 취득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것도 이런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SK바이오팜의 가장 중요한 성과지표는 미국 세노바메이트 매출을 극대화해 적자 구조를 탈피하는 것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동훈 사장체제로의 변경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최고경영진 교체에 따라 세노바메이트 판매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SK바이오팜은 올해 4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판매 전략에 따라 흑자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