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연임 표대결 불가피, 우호지분 확보해도 정부와 맞대결 부담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사진)의 대표 연임을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하면서 표결이 이뤄질 2023년 3월 주주총회에 긴장감이 감돌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을 국민연금공단이 사실상 반대하고 나서면서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사장이 KT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신한은행의 찬성표를 이끌어낸다면 국민연금의 반대를 넘어서 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임을 강행하는 것이 정부에 맞서는 모양새가 되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구현모 사장은 29일 국민연금이 KT 경선과정의 불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표 연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시사한 점을 두고 “고민을 좀 해보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 사장은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제1회 양자기술 최고위 전략대화’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국민연금 내용은 어제 저녁 늦게 나와 파악해보고 있다”며 “KT 이사회에서는 충분한 경쟁 과정이라고 본 것 같다. 기본적으로 경쟁을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28일 구 사장이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결정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KT 이사회의 대표이사 최종후보 결정은 최고경영자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구 사장은 이런 국민연금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결국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KT의 지분 10.3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인 만큼 국민연금의 반대는 구 사장의 연임에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KT 2대, 3대주주인 현대자동차(지분율 7.79%)와 신한은행(지분율 5.48%)은 KT와 지분교환을 한 기업으로 구 사장의 대표적 우호지분으로 꼽힌다.

따라서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으로부터 찬성표를 받는다면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구 사장의 연임은 가능하다. 다만 국민연금이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지분율 8.29%)이고 현대차 2대주주(지분율 7.78%)이기도 한 만큼 변수가 남아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반대로 대표이사 취임에 필요한 주총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2019년 3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로 사내이사에 오르지 못해 대한항공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했던 것이 유일하다. 당시 조 회장은 주주총회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대표이사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찬성 64.1%, 반대 35.9%로 지분 2.6%가 부족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다만 현재 구현모 사장과 당시 조 회장이 처한 상황은 큰 차이가 있다.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2018년부터 ‘땅콩회항’과 ‘물컵갑질’ 등의 사건이 불거지며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수의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연임 반대표를 받았다.

반면 43%에 이르는 KT 외국인투자자는 구 사장의 연임을 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구 사장이 대표를 맡은 뒤 KT는 실적이나 주가 등 객관적인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고 배당금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구 사장은 KT의 실적과 주가를 끌어올린 유일한 최고경영자(CEO)이기 때문에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구 사장이 연임하면 배당 및 지배구조 개편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구 사장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강행하는 것이 정부에 맞서는 그림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국민연금이 지적한 KT 대표 선임과정의 불투명성은 향후에도 지속해서 논란이 될 수 있다.

또 일각에서는 과거 KT에 불었던 정치적 외압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

남중수 전 KT 대표이사 사장은 2008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 압박이 거세지자 자진사퇴했다.

이석채 전 KT 대표이사 회장도 2012년 연임한 뒤 배임 혐의, 위성 헐값 매각 등의 논란에 휩싸여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황창규 전 KT 대표이사 회장만이 2017년 연임에 성공한 뒤 3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쳤으나 '쪼개기 정치 후원금' 논란으로 정치권의 압박에 내내 시달려야 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