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2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하는 반도체공장 시설 투자를 미뤄야만 할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삼성잔자가 기술 선두 지키기에 유리해졌다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차세대 기술인 2나노 미세공정을 적용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시설 투자를 예정보다 늦춰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3나노 반도체 양산 시기에서 경쟁사인 TSMC를 반 년 정도 앞서나간 데 이어 향후 2나노 공정도 먼저 상용화해 선두 지위를 지키기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대만 경제일보 보도에 따르면 TSMC가 2023년 타이중시에 착공을 계획하고 있던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중시 당국에서 도시개발 분야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되면서 공장 건설에 필요한 부지 확보 등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만 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을 발표하며 TSMC의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시점이 예정보다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부지 확보가 늦어지면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에 필요한 공급망 등 인프라 구축도 지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일보에 따르면 TSMC는 이르면 2024년 말부터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기존 계획과 관련해 아직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지 확보와 기초공사 등 반도체공장 건설에 가장 중요한 절차가 늦어지는 것은 앞으로 변수를 더 키우는 요인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아직 기술 개발 초기단계에 불과한 2나노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는 것은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넘어 기술 우위를 되찾기 위한 목적이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반 년 정도 앞선 2022년 6월부터 세계 최초로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서 기술 우위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물론 대만 정부도 삼성전자에 기술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자존심에 큰 상처로 받아들이게 될 수밖에 없다.
대만 정부는 이를 고려해 TSMC가 2나노 반도체공장 건설을 서두를 수 있도록 관련된 부지 등 인프라 확보를 적극 지원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TSMC의 공장 부지와 관련한 의사결정이 내려지려면 타이중시에서 최근 진행한 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새로운 시정부가 들어서야 하고 관련 부서의 책임자도 임명되어야 한다.
경제일보에 따르면 이런 절차가 언제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대만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경제일보를 통해 “뜨거운 냄비 안에 들어간 개미와 같은 기분”이라며 TSMC 공장 착공이 늦어질 가능성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 이어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에도 TSMC를 앞서 나가면서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지켜내기 유리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파운드리포럼을 열고 2025년 2나노 공정 반도체, 2027년 1.4나노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새 반도체 미세공정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생산공장 기초공사 및 외관공사를 마무리한 뒤 기술이 확보되면 장비 반입 등을 시작하겠다는 새 사업 전략도 공개됐다.
TSMC와 반도체기술 속도 경쟁을 삼성전자도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전략을 통해 TSMC보다 먼저 공장 부지와 반도체 클린룸을 확보하게 된다면 2나노 미세공정을 비롯한 신기술을 생산라인에 신속하게 적용하기 유리해진다.
공장 부지 확보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TSMC와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TSMC가 2나노 공정부터 처음으로 새 트랜지스터 구조를 적용하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생산 시기가 지연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미 3나노 반도체에 GAA를 도입해 이와 관련한 기술적 난제를 대부분 해결했다.
반면 TSMC는 2나노부터 GAA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하게 되기 때문에 공정을 상용화하는 데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3나노에 이어 2나노 공정도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다면 이는 글로벌 대형 반도체 고객사들의 위탁생산 주문을 확보하는 데 확실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최신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그래픽 등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분야에서 갈수록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TSMC는 2나노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에 최대 1조 대만달러(약 41조 원)을 들이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두고 있다. 그만큼 해당 기술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