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기자 ks.lee@businesspost.co.kr2022-12-28 10: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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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 옥스퍼드거리의 '소호 포토그래피 쿼터'에서 기후사진가 기드온 멘델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은 전시회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비즈니스포스트] 불탔거나 물에 빠졌거나. 사진가의 렌즈 너머에서 재앙을 겪은 사람들은 이쪽을 응시한다. ‘아직’ 홍수나 산불이 휩쓸지 않은 곳, 재앙 이전의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국제 사진가 공동체 ‘사진작가 갤러리(the photographers gallery)’는 기드온 멘델(Gideon Mendel)의 사진 전시회 '불/홍수'를 2023년 5월31일까지 영국 런던 옥스퍼드거리 '소호 포토그래피 쿼터'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동시에 열고 있다.
기드온 멘델은 6월 서울에서 열린 사진전 '기후위기 : 네 개의 시선'을 통해 국내에도 알려진 사진작가다.
옥스퍼스거리에서 열리는 사진전은 적갈색 벽돌로 지은 건물의 두 면이 갤러리다. 건물을 한 개층 높이로 뒤덮은 사진들에는 기후재앙으로 황폐해진 세상과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맞은 편 벽면에선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된다. 이 영화는 삶의 터전을 홍수와 산불로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금발의 한 여성이 검은 패딩을 입고 유럽식 가옥들 사이로 가득 찬 물길을 노 저어간다. 다음 장면에선 흑인 여성이 반팔 셔츠를 입고 아프리카 가옥들 사이로 노 저어간다. 사람과 풍경은 다르지만 표정은 비슷하게, 담담하다.
'사진작가 갤러리' 홈페이지에선 다큐멘터리 영화와 함께 작가 인터뷰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보여준다.
동영상에서 63세의 노작가는 피해자들과 함께 가슴까지 오는 물속에 몸을 담근 채 사진 셔터를 누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진작가 멘델은 이런 식으로 13개국의 홍수를 기록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번의 여행을 했다.
2022년 8월 국토의 3분의 1을 잠기게 한 파키스탄 대홍수, 같은 해 1월 주택 1천여 채를 전소시킨 미국 콜로라도 대화재, 2014년 영국 서머셋을 휩쓴 대홍수 등. 기후재앙은 후진국과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멘델이 찍은 사진 속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울부짖거나 괴로워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들이 살아남은 세상을 직시하고 있었다.
▲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진작가 기드온 멘델은 13개국의 홍수를 기록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번의 여행을 했다. 그는 "나의 피사체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재앙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다큐멘터리 속에서 멘델은 “나의 피사체들은 물에 잠긴 집과 황폐한 환경 속에서 우리를 바라본다”며 “그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재앙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기후 변화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잔혹한 현실의 목격자”라며 “카메라는 그들의 존엄성과 회복력을 기록한다”고 덧붙였다.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지 못하면 이런 재앙은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면 홍수 피해는 지금보다 1.4에서 2배 증가한다.
피해는 사회 기반 시설이 취약한 지역 사람들이 더 크게 입는다. 2010~2020년 동안 취약성이 높은 지역에서 홍수, 가뭄, 폭풍으로 인한 인간 사망률은 취약성이 가장 낮은 지역에 비해 15배 높았다.
이러한 기후재앙의 미래는 현재 속 다른 지역에 이미 와 있다. 그 현장을 보여주는 멘델의 다큐멘터리 영화와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이경숙 기자
▲ 2015년 3월 멘델이 브라질에서 촬영한 주앙 페레이라 데 아라우호. <유튜브 캡처>
▲ 2012년 11월 멘델이 나이지리아에서 촬영한 빅터 앤 호프 아메리카.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