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경제 컨설팅 전문기관인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Cambridge Econometrics)’는 ‘화석 연료 가격 변동과 한국의 인플레이션(Fossil Fuel Prices and Inflation in South Korea)’ 보고서에서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한국 정부가 가야할 에너지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사진은 경북 영덕 호지마을 풍력발전사업 조감도. <코오롱글로벌>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모두 떠안으면서 한국 전력시장의 화석연료 의존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따른 전력시장의 취약성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도 분석됐다.
영국의 경제 컨설팅 전문기관인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Cambridge Econometrics)’는 ‘화석 연료 가격 변동과 한국의 인플레이션(Fossil Fuel Prices and Inflation in South Korea)’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에너지 위기가 유발한 화석연료의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화석연료의 가격 상승이 최종 전력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한전이 상당량 떠안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는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진단됐다.
한전은 2021년에 화석연료 가격 상승이 시작된 뒤 가정용 및 산업용 전기요금을 여러 차례 인상해야만 했고 현재 전기요금은 2021년 말 대비 약 18%가 올랐다. 하지만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에너지 수입 비용은 더욱 커졌다.
결과적으로 올해 여름에는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6%까지 올랐고 소비자물가 전체 상승분 가운데 4분의 1 이상을 화석연료가 차지했다. 화석연료가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5%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 셈이다.
보고서의 저자인 칼 하이네만(Carl Heinemann)은 “한국에서는 소비하는 석유, 가스, 석탄의 99%를 수입하는데 올해 이들의 가격이 급등했다”며 “이번 에너지 위기를 통해 한국 경제가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운송 부문의 전기화, 난방 효율 재고 등을 추진해야 화석연료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은 한전뿐 아니라 가계, 기업 등 한국 경제 전반의 부담을 덜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봤다.
다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용이 불필요한 행정비용과 규제 등의 영향으로 중국이나 유럽연합(EU)보다 높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칼 하이네만은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 투자 유인이 부족하다”며 “한국에서 신규 육상풍력 프로젝트나 대형 발전시설급(Utility Scale) 태양광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