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출산율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적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 사회적 측면을 고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미국 CNN의 보도가 나왔다.
한 부모 가정과 미혼 및 동성 커플의 육아를 장려하는 정책, 유연한 업무환경을 구축하려는 노력 등이 이어져야만 근본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 한국 정부가 출산율 반등을 위해 경제적 측면보다 사회적 요소를 고려한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는 CNN의 보도가 나왔다. 서울 시내 한 산부인과의 신생아실. <연합뉴스> |
5일 CNN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출산율 회복을 위해 다양한 금전적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6년 동안 한국에서 출산 장려를 위해 들인 예산은 2천억 달러(약 259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부의 꾸준한 지원 확대에도 11월 출산율이 0.79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전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정책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CNN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뒤 출산율 반등을 위한 새 정책을 거의 내놓지 않았고 기존 정부에서 활용하던 방식을 계속 이어가는 데 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 제공하는 지원금을 늘리는 등 경제적 지원 방안 이외에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아 출산율 회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CNN은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권보다 문제 해결에 더 나은 접근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오히려 부정적 평가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의 현재 출산 장려 정책이 일차원적 수준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육아에 대한 지속적 지원보다 일회성 지원에 정부 정책이 집중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육아와 맞벌이를 동시에 하기 쉽지 않은 업무환경과 정부 지원을 받은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사회의 신뢰가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한국 정부와 사회의 육아를 향한 고정관념 등 ‘청교도적’ 시각도 출산율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미혼 여성이 시험관 시술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등 한 부모 가정을 장려하지 않는 규제가 지속되고 있어 출산율 반등의 계기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혼 커플이나 동성 커플이 아이를 입양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규제도 육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적 태도를 보여주는 예시로 꼽혔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 법적으로 결혼한 부부만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차별은 장애인이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한국의 업무 환경도 출산율이 높아지기 어려운 배경으로 분석됐다. 남성은 회사를 위해 희생해야 하고 여성은 맞벌이를 하더라도 사실상 육아를 전담해야 한다는 편견이 한국 사회 전반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한국에서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직장에서 이를 장려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회사를 위해 자신의 가정을 우선순위에서 미뤄야만 승진을 할 수 있다는 사회적 통념과 잦은 회식 등이 육아와 근무를 병행하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들이 육아를 하는 근로자를 회식 등 퇴근 뒤 일정에서 면제해 주려는 노력이 이어져야만 출산율 반등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한국에서는 사무실이 문을 닫아도 업무가 끝나지 않는다”며 “한국 남성과 여성이 육아에 동등하게 참여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