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뒤 애플 ‘탈중국 압박’ 커지나, 한국 부품사 반사이익 기대

▲ 미국 중간선거 이후 애플이 중국에 아이폰 공급망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이 더욱 강력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의회 의사당.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중간선거 이후 새 의회 구성을 계기로 애플이 중국에 아이폰 등 주요 제품의 공급망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떠오른다.

애플이 중국 협력사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사들이기 어려워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부품사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8일 “애플은 중국을 중심으로 거대한 ‘제국’을 구축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미국 정부의 압박이 점차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아이폰 등 핵심 상품의 제조 및 부품 공급망을 대부분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데 따른 약점이 점차 실제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강경한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앞세워 중국의 아이폰 제조공장 및 관련 부품공장 등을 한시적으로 폐쇄하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대표적 사례다.

애플은 최근 중국 정저우 공장의 일시적 가동 중단 사태로 연말 성수기에 충분한 아이폰 생산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발표를 내놓았다. 아이폰 최대 성수기에 판매량 감소로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중국을 향한 무역제재 등 압박을 강화하며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어 애플이 중국 협력사에 의존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애플이 아이폰에 중국 YMTC의 메모리반도체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최근 YMTC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미국 의회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도 공동으로 아이폰 공급망에 관련한 조사를 진행해 일부 협력사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거나 중국 군사기술 발전을 도울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

현지시각으로 8일 이뤄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새 의회가 들어선 이후에는 애플을 겨냥한 규제 조치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애플과 중국의 공급망 단절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들이 대거 발의될 공산이 크다.

공화당 의원들이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며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기 초반부터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활발한 입법활동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애플을 겨냥한 규제조치는 중국에 의존이 높은 미국 IT업계 전반에 경고장을 던지는 상징성을 띨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법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더구나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는 다수의 협력 제조사 및 부품업체들이 애플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애플의 공급망을 겨냥한 조치는 중국 경제에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입히게 될 수도 있다.

애플의 미국 정부와 의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중국과 공급망 분리를 본격화한다면 전 세계 전자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판매량이 상당한 수준인 애플 아이폰에 실적을 대부분 의존하는 부품업체가 많은 만큼 애플과 중국 협력사의 관계 단절은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경쟁사와 갈수록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주요 부품업체들도 이런 변화에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해지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 뒤 애플 ‘탈중국 압박’ 커지나, 한국 부품사 반사이익 기대

▲ 애플 아이폰 이미지.

중국 YMTC는 스마트폰과 PC 등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빠르게 추격하며 생산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YMTC가 아이폰용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키우고 자금 여력도 확보한다면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고객사 공급 물량을 빼앗으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미국 정부 규제로 애플이 YMTC 반도체를 사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직접적 경쟁 가능성을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돼 한숨을 돌리게 됐다.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패널 공급도 앞으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규제가 중국 디스플레이업계를 향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모바일용 올레드 디스플레이 선두기업으로 장기간 독보적 시장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BOE를 비롯한 중국 경쟁사의 추격으로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중국 경쟁사의 진입 확대로 올레드패널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고 애플에 공급 물량도 줄어든다면 한국 디스플레이업체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애플향 매출이 대거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중간선거를 계기로 애플을 향한 공급망 압박이 강화된다면 미국의 동맹국에 해당하는 한국 부품업체들이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아이폰 생산 거점을 인도와 베트남으로 대거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에 공급망 의존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재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팀 쿡 애플 CEO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 공산당의 의도를 이해한다면 YMTC와 거래 등 계획을 계속 검토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미국 공화당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차기 대선에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다. 그가 의회에서 애플과 중국을 겨냥한 법안을 발의한다면 공화당에서 적극 힘을 실어줄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