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전기차가 선제적으로 확보한 빠른 충전 시스템과 관련해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아이오닉5(왼쪽)와 기아 EV6.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빠른 충전 속도에 대해 해외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충전 속도와 관련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미국 판매 점유율을 지키는 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동력성능과 디자인 뿐 아니라 충전 속도에서도 주요 매체들과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북미 최대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현지 소비자들이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충전속도를 칭찬하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레딧 한 이용자(아이디 rio4300)는 "총 8시간의 자동차 여행에서 기아 EV6는 놀라운 충전속도를 보였다"며 "충전을 위해 전체 여행에 단 20분이 추가돼 EV6를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칭찬했다.
레딧의 다른 이용자(아이디 willyolio)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는데 말 그대로 모든 고속 충전 세션에서 EV6는 간식을 먹거나 화장실을 다녀오기 전에 충전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용자(아이디 silverelan)는 현대차 아이오닉5의 충전곡선을 분석한 영상을 올린 게시물에서 "차트에서 20분 만에 340km 주행거리가 추가된 걸로 나타났다"며 "이 물건은 괴물"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충전 속도를 전기차 차량의 선택 기준으로 삼으려는 소비자 의견도 자주 보였다.
전기차를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현지 소비자(레딧 아이디 dustyshades)는 "포드 마하-E는 좋아 보이지만 나는 도로 여행을 하고싶다"며 "마하-E의 고속 충전 시간은 EV6나 아이오닉5 등에 비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 고민이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충전속도는 소비자뿐 아니라 외신에서도 호평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800V(볼트) 충전 시스템을 채택한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5가 비슷한 가격대의 폭스바겐그룹 ID.4와 비교해 2배 이상 빠른 충전속도로 경쟁에서 앞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NEF의 조사에 따르면 10%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를 주행거리 200km까지 충전하는 시간에 있어 현대차 아이오닉5는 10분이 걸려 포르쉐 타이칸(11분), 테슬라 모델3(13분), 폭스바겐 ID.4(20분), 닛산 리프(26분) 등 동급 전기차 모델을 모두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800V 고속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의 E-GMP 기반 아이오닉5, EV6와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 정도로 나머지 대부분의 전기차는 400V 충전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이오닉5와 EV6를 제외하면 모두 한화로 1억 원 중반대를 넘어서는 가격표가 붙었다.
애초 800V 급속 충전 시스템은 폭스바겐이 2019년 포르쉐 타이칸에 최초로 적용했으나 양산형 모델에는 채택하지 않았다. 지난해 폭스바겐은 12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차량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양산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800V 충전 시스템은 400V 시스템과 비교해 완전히 새로운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이 필요한데 완성차업체들은 각각 고유한 기술에 철저한 비밀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의 전기차 충전기 전문매체 톱차저는 "포르쉐와 현대차그룹의 800V 기술은 다르다"며 "현재 800V 시스템은 최첨단 차량용 충전 기술인데 현대차그룹은 중저가 아이오닉5로 막대한 엔지니어링 예산을 버텨낸 특수한 사례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아우토빌트 등 독일 자동차 전문매체들도 잇달아 주요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비교하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충전 기술을 극찬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기반 아이오닉5와 EV6을 중심으로 미국 현지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자동차시장 전문매체 콕스오토모티브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미국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는 1만8492대, 기아 EV6는 1만7564대가 팔려 각각 미국 시장 판매 순위 7위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테슬라를 제외한 기존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브랜드 가운데서는 3위와 4위에 해당하는 판매량으로 1위와 2위는 포드 머스탱 마하-E(2만8089대)와 쉐보레 볼트EV(2만2012대, 볼트EUV포함) 등 미국업체가 차지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올 3분기 미국 시장에서 64%의 압도적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보였으나 이는 2분기 66%, 1분기 75%보다 줄어든 수치다. 증가하는 미국 전기차 수요를 채우기 위해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경쟁하면서 테슬라의 점유율 감소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이 현지 매체들의 분석이다.
올 8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한국에서 주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런 가운데 개화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치열한 전기차 점유율 경쟁을 펼쳐야 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선제적으로 확보한 우수한 충전시스템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부품 공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 영향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오닉5는 올해 1월부터, EV6는 2월부터 미국 현지에서 본격 판매 시작했는데 출시 1년이 다가오면서 실제 소비자들의 경험에 있어 충전 편의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확산을 위해 2030년까지 50만 개의 충전소를 새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최근 미국 교통부는 미국 50개 주가 추진하는 고속도로 약 80km마다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을 모두 승인했다.
현재 미국의 전기차 차주의 대다수는 가정에서 완속 충전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와 함께 전기차의 충전 속도가 더욱 부각되면서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빠른 충전 속도가 미국 전기차 판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