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은 10월 초 현재 해외건설 수주실적에서 간발의 차이로 2위 자리를 현대엔지니어링에 내주고 있는데 올해 막판 역전을 하게 되면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물산과 함께 해외건설 1,2위를 삼성 계열사가 차지하게 된다.
▲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건설 수주에 성과를 내게 되면 삼성물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11일 해외건설업계와 증권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말부터 내년 1분기까지 해외 플랜트 대형 EPC(설계·조달·시공) 수주 파이프라인(후보)이 여럿이라 실적 추가가 기대된다.
해외건설협회의 수주통계 자료를 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10월 첫째 주 기준 해외건설시장에서 모두 24억3517만 달러(약 3조4905억 원)을 수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초 러시아에서 대규모 화공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일찍이 해외건설 1위를 꿰찬 뒤 상반기까지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삼성물산(49억547만 달러)에 1위를 내줬고 최근에는 현대엔지니어링(24억8488만 달러)에도 살짝 밀려 3위로 내려왔다.
다만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중동과 동남아 등 해외 각 사업지에서 수주가 유력시되는 프로젝트가 여럿 있다.
이에 삼성그룹의 두 건설계열사가 해외건설부문에서 1, 2위를 동시에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현대엔지니어링을 큰 격차로 앞서 1위 자리를 굳혀놨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들어 화공부문 신규 수주가 말레이시아 쉘 OGP 프로젝트(8800억 원)가 유일했지만 올해 말부터 수주 성장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라며 중동 카타르 라스라판 석유화학시설 건설 프로젝트, 아랍에미리트 하일앤가샤 가스전 프로젝트 등을 언급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도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안에 카타르 라스라판, 베트남과 알제리의 PDH/PP 프로젝트 등의 수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유력 프로젝트 수주에만 성공해도 올해 신규수주 목표 8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카타르 라스라판 프로젝트는 카타르에너지와 미국 쉐브론필립스케미칼의 합작법인이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도시에 건설하는 대규모 석유화학플랜트 사업이다.
중동 건설전문매체 MEED는 앞서 9월 말 삼성엔지니어링이 카타르 라스라판 프로젝트 가운데 에탄크래커 설비 건설을 포함한 패키지1 프로젝트의 유력한 수주 후보라고 보도했다.
MEED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 합작법인은 최근 라스라판 석유화학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의 두 주요 패키지 공사를 놓고 낙찰자를 선정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카타르 라스라판 패키지1 프로젝트의 로이스트(최저가 낙찰기업)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달했다.
카타르 라스라판 석유화학플랜트 프로젝트는 총사업비가 50억 달러 규모로 삼성엔지니어링이 입찰한 패키지1 공사의 사업비는 15억 달러(약 2조1481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초에도 대형 에탄크래커 프로젝트 설계조달사업을 수주하면서 해외수주 실적 약 1조3700억 원을 확보했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2년 2월 중국 국영 건설사 CC7과 러시아 발틱 에탄크래커 프로젝트 설계와 조달업무 관련 계약을 맺었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아랍에미리트의 하일앤가샤(Hail&Ghasha) 가스전 프로젝트에서도 프랑스 테크닙에너지, 이탈리아 테크니몬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일앤가샤는 추정사업비가 100억 달러 수준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입찰하는 육상플랜트 공사 사업비는 60억 달러(약 8조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외에도 연말 베트남, 알제리의 PDH/PP(프로판탈수소/폴리프로필렌) 프로젝트 입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베트남과 알제리 PDH/PP 프로젝트는 사업비가 각각 10억 달러, 14억 달러 규모로 합산으로는 24억 달러(약 3조4428억 원)에 이른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카타르 라스라판 프로젝트나 베트남과 알제리의 화공플랜트 사업을 실적에 추가하게 되면 해외건설 수주 순위는 단숨에 뛰어오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한국 건설사 가운데 해외 수주실적에서 1, 2위를 유지하는 선두주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6년 해외건설 수주액 순위가 7위였는데 2017년에는 2위, 2018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는 현대건설에 1위를 넘겨줬지만 이듬해 1위를 되찾아왔다. 2021년에는 삼성물산에 1위를 내주고 2위를 차지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