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언론 “대만 독립 주장하면 TSMC 3나노 반도체 삼성전자에 밀린다”

▲ 대만에서 중국과 독립을 주장하는 정치적 세력이 목소리를 높인다면 TSMC 반도체사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중국언론의 경고가 나왔다. 대만 TSMC 본사 및 반도체 웨이퍼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 민주진보당(DPP) 세력이 계속 힘을 얻는다면 대만 반도체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대만의 대표 반도체기업인 TSMC가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력을 앞세우고 있지만 중국의 압박으로 삼성전자에 우위를 내줄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31일 “대만 분리파가 중국 정부와 갈등을 계속 주도한다면 TSMC의 3나노 반도체 기술과 관련한 야심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TSMC가 전날 기술 심포지엄을 열고 이른 시일에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을 언급한 것이다.

3나노 반도체 공정은 고사양 컴퓨터와 스마트폰, 인공지능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신기술이다.

삼성전자가 6월 말 세계 최초로 생산을 시작했고 TSMC는 하반기 중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TSMC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의식해 차세대 2나노 미세공정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술력을 앞세워 반도체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글로벌타임스는 대만이 중국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기조를 계속 이어간다면 TSMC가 삼성전자와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내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 갈등으로 TSMC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반도체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워져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반도체산업의 운명은 결국 경제적 안정성과 같은 거시경제적 요소와 크게 관련되어 있다”며 “TSMC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TSMC가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고 충분한 현금을 확보해 2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 힘써야만 하는 시점에서 중국과 대만의 갈등을 변수로 안게 됐다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세계 전체 반도체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TSMC와 같은 기업이 중국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만 정치권에서 중국과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면 중국 고객사에 TSMC의 반도체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기회를 노려 TSMC를 앞서나갈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전자가 두 배 이상의 보수를 앞세워 TSMC의 핵심 인력을 빼내는 사례가 많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 우위를 차지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내용에 관련해 글로벌타임스는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비롯한 민주진보당 세력이 TSMC 등 대만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중국 정부에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일이 효과를 보지 못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대만은 자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 대만이 결국 자충수에 놓이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관영매체를 통해 경고한 것과 같이 대만과 TSMC를 향한 반도체 무역제재 등 압박을 강화한다면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TSMC가 확보하고 있던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삼성전자로 대거 이동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TSMC의 반도체 생산 능력과 중국에 위치한 파운드리공장 규모 등을 고려한다면 중국 정부가 실제로 TSMC에 큰 타격을 입힐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을 향한 중국 관영매체의 경고는 사실상 한국과 삼성전자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과 거리를 두려 하는 반도체기업은 결국 공급망에 차질을 빚어 경쟁사에 이득을 줄 수 있다”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세계시장에서 지배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