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 SUV 인기, 현대차그룹 전기차SUV로 테슬라 추월 시동

▲ 탄탄한 전기차SUV 라인업을 갖춘 현대자동차그룹은 유럽에서 SUV 인기와 전기차 확산 추세에 올라타 전기차 시장 점유율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탄탄한 전기차SUV 라인업을 갖춘 만큼 유럽에서 SUV 인기와 전기차 확산 추세에 올라타 현지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유럽 자동차 산업 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SUV는 약 274만 대가 등록됐다. 시장점유율 49.5%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상반기 SUV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 뒷걸음쳤으나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가 14%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더 상승했다.

자토 다이내믹스는 "유럽에서 급증하는 SUV의 인기는 더 이상 새로운 트렌드 수준이 아니라 검증된 현실이 됐다"며 "SUV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제품이 개선되고, 더 높은 운전석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작은 차급의 세단인 경차(A세그먼트)와 소형(B), 준중형(C) 차급은 유럽에서 상반기 205만 대가 판매되며 1년 전보다 22% 줄어들었다. 해당 차급의 판매 비중 역시 지난해 상반기 41%에서 올 상반기 37%로 감소했다.

특히 경차는 올 상반기 33만1200대가 판매되며 27%나 줄어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다수의 완성차 브랜드가 경차 판매를 중단하면서 현재 유럽에는 13개 모델만이 판매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3개 차종은 단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 126만 대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인 준중형SUV 차급에서 60여 개 차종이 판매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전기차는 빠르게 증가학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 연료별 신차 등록에서 전기차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1.6% 증가했다. 전체 차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

가솔린차, 디젤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가 각각 22.1%, 디젤 32.1%, 플러그인하이브리드 12.0% 줄어들고 하이브리드차가 2.2% 소폭 증가하는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현재 유럽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SUV의 인기와 빠른 전기차 전환을 특징으로 하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유럽에서 검증된 전기차SUV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그룹의 점유율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 20위 권에 든 차종들을 살펴보면 SUV가 9개, 해치백이 8개, 세단이 3개 차종이다. 

SUV와 해치백이 인기 순위를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인기 순위에 4개 차종을 모두 SUV로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소형 전기SUV인 기아 니로EV는 2만2534대로 6위, 현대차 코나EV는 1만9954대로 9위에 올랐다. 준중형 전기SUV인 현대차 아이오닉5는(1만7096대) 12위, 기아 EV6는(1만3252대) 16위를 기록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에서 전기차 출시를 본격화하면서 현재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유럽에서는 약 66개 차종의 전기차가 판매됐으나 올 상반기 90개 차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만해도 유럽 전기차 1위를 차지한 테슬라 모델3는 단독으로 14만1221대가 판매되며 2위 르노 조에(7만1579대)와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며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 SUV 인기, 현대차그룹 전기차SUV로 테슬라 추월 시동

▲ 2022년 상반기 유럽 베스트셀링 전기차 톱30. <자토 다이내믹스>

반면 올 상반기 전기차 판매 1위는 지난해 8월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한 테슬라 모델Y가 차지했는데 4만4472대가 팔려 2위 테슬라 모델3(3만9896대), 3위 피아트500(3만2777대)와 크지 않은 격차를 보였다. 

상반기 전기차 판매 20위 안에 든 현대차그룹 4개 차종의 합산 판매량은 7만2836대로 테슬라의 두 모델을 합친 8만4368대와 불과 1만1532대 차이를 보였다. 다음달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내놓는 전기차 아이오닉6가 유럽 선적을 시작하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추월할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 판매를 본격 시작한 EV6와 아이오닉5가 속한 준중형SUV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차급이기도 하다.

상반기 유럽에서 준중형SUV(C-SUV)는 14개 차급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며 점유율 22.8%를 보였다. 판매 20위 안에 든 전기차 가운데 준중형SUV는 폴크스바겐 ID.4, 아이오닉5, EV6 등 3개 차종밖에 없어 유럽 소비자들의 준중형SUV 선호가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의 첫 전용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가 갖춘 높은 상품성도 현대차그룹의 유럽 전기차 전망을 밝히는 요인이다.

아이오닉5는 올 4월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했다. 앞서 2월에는 EV6가 '2022 유럽 올해의 차(COTY)'에 올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 가운데 2관왕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이오닉5와 EV6로 유럽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다음달 아이오닉6, 내년 4월 EV9, 2024년 아이오닉7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어 유럽 시장에서도 조만간 전용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