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산업은행에 제출할 자구안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채권단으로부터 자구안을 승인받은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자구안에 대한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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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내는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산업은행과 함께 세부적인 자구계획을 놓고 계속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제출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자구안 제출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애초 자구안에 2조 원 정도의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채권단에 1조85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제출했던 점을 고려하면 모두 4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낸 적자가 5조 원이 넘는 점을 고려해 자구안의 규모가 미흡하다고 압박하면서 최종 자구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은 5조 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잠수함 등을 건조하는 특수선(방산)사업부를 별도 자회사로 분리한 뒤 지분을 더 많이 매각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으로서는 노조의 반발이 커지는 점도 큰 부담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2일 오후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회사가 1일 노조에 보낸 자구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노조에 ▲국내외 14개 자회사 정리 ▲비업무 자산 순차적 매각 ▲특수선 물적분할을 통한 자본확충 ▲전사원 1개월 무급휴직 ▲총인원(하청 포함) 3만 명 유지 등이 담긴 5조2600억 원의 자구계획을 보냈다.
노조는 “정부와 채권단이 구조조정의 이유로 내세운 천문학적인 손실은 대부분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했다”며 “이는 과도한 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설계 등의 기술력 부족,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대응의 한계 등 부실한 경영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부가 조선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사외이사와 감사에 앉히고 수억 원의 돈을 주며 회사를 운영했다”며 “경영악화의 주된 원인은 부실경영과 부정을 일삼은 경영진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그리고 정권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회사가 7~9일까지 3일 동안 전체 종업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자구안 설명회를 막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회사가 노조에 보낸 자구계획은 회사가 산업은행과 어떤 세부사항을 놓고 논의하고 있는지를 노조와 공유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확정될 자구안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