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현대상선의 덕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에 앞서 비슷한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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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고 사채권자 채무조정에도 성공하면서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 한진해운이 좀 더 수월하게 이런 과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은 5월30일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 모두 6300억 원어치의 채권에 대한 채무조정을 이뤄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을 비롯해 채권단과 정부 관계자 등은 이른 시일 안에 협상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 현대상선과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상선이 먼저 해외선주와 사채권자로부터 협조를 얻게 되면 한진해운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줄일 수 있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선주 가운데 다나오스, 조디악 등 현대상선과 겹치는 선주가 있다.
현대상선이 이 선주들에게 용선료 인하의 동의를 얻어내면 한진해운은 앞으로 협상에서 내세울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또 용선료 인하의 선례가 생기는 점은 다른 선주와 협상을 진행할 때도 유리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내놓은 채무조정안이 서로 비슷하다. 두 회사 모두 출자전환과 만기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채무조정안을 제시했다. 한진해운이 5월19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을 이뤄낸 데 이어 현대상선도 채무조정에 성공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 회수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사채권자들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한진해운이 앞으로 남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한진해운은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이라는 과제를 현대상선보다 먼저 해결했다. 한진해운은 5월 중순 글로벌 5개 해운사와 함께 ‘디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결과가 좋으면 한진해운이 앞으로 협상을 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용선료 협상에 힘쓰는 동시에 현대상선의 결과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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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 |
물론 한진해운이 앞으로 용선료 협상에서 현대상선보다 더 고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해운은 빌린 선박과 지불해야 하는 용선료가 현대상선보다 훨씬 더 많다. 한진해운은 91척을 빌려 쓰고 있는데 비해 현대상선은 83척이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지불한 용선료는 1조1479억 원으로 현대상선보다 1700억 원가량 많다.
두 회사의 주력인 컨테이너선을 기준으로 보면 현대상선은 3개 국적의 5개 선주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비해 한진해운은 5개국의 9개 선주사에 용선료를 지불하고 있다. 선주가 그만큼 많아 협상과정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한진해운은 앞으로 열릴 사채권자 집회 준비에도 온힘을 쏟고 있다.
한진해운은 당장 6월과 9월에도 모두 2200억 원어치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온다. 한진해운은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이 채권들에 대해서도 채무조정을 이뤄내야 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6월 만기 채권과 관련해 17일에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채무조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9월 만기 채권 등 나머지 채권에 대한 집회도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