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전 2025’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모든 참여자가 동반 성장하는 상생을 기업 원칙으로 삼고 있다.”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생’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이같은 발언과 달리 쿠팡 택배물량 감소와 관련해 한진 택배 노동자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노 사장이 강조한 대로 택배노동자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지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 위에 올랐다.
29일 택배업계 안팎에서는 한진이 마련한 쿠팡 물량 감소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 택배물량 감소는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노 사장은 전날 열린 한진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의 택배물량 회수를 두고 “예상했던 일로 시기가 언제냐의 문제였다”며 “쿠팡은 언제든 물량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진은 그동안 쿠팡이 자체배송하지 않았던 중소도시과 군단위 지역을 중심으로 쿠팡에서 물량을 받아 처리해왔다.
한진이 그동안 맡았던 쿠팡 물량은 월 720만 개가량이다. 하지만 쿠팡이 자체배송 물량을 늘리기로 하면서 이 가운데 월 350만 개가량이 감소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400만 원까지 줄어들게 됐다고 주장한다.
물론 한진도 나름 대책을 마련했다. 고객사의 물량을 추가로 확보해 빠져나간 물량을 메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물량을 메운다고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진의 실적 벌충에만 보탬이 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배송 물량이 절반 가까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지역의 택배노동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입 감소에 택배 노동자가 이탈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택배노조가 쿠팡 물량 이탈지역 65곳의 한진 택배노동자 17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350명 가운데 이직을 고민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라고 밝힌 응답자가 89.7%에 이른다.
노조는 “쿠팡이 한진 택배 기사들을 빼가기 위해 한진에 있으면 무겁고 힘든 배송을 하니 쿠팡으로 이직 할 것을 곳곳에서 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진이 추가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수주에 나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나라장터에 올라온 ‘공영홈쇼핑 2022년 물류·택배 운영 사업자 선정’ 입찰 결과를 보면 한진이 입찰에 써낸 금액은 919억9043만 원으로 입찰에 참여한 택배 3사 가운데 가장 작은 액수였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941억7682만 원, CJ대한통운은 1092억2084만 원을 써냈다.
당초 공용홈쇼핑이 제시한 사업 추정금액은 1111억9310만 원으로 한진이 써낸 금액은 사업추정금액의 82.7%에 불과하다. CJ대한통운이 써낸 금액과 비교하면 18.7%나 작다.
쿠팡 물량 감소와 관련해 택배노조와 갈등뿐만 아니라 수익성까지 악화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노 사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게 됐다.
노 사장은 대한항공에서 화물사업에 오래 몸담은 물류 전문가다. 하지만 택배업계에 대한 경험은 많지 않다.
노 사장은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2000년 대한항공 자카르타지점 화물 담당을 맡은 이후 화물공급운영팀장, 화물글로벌영업팀장, 화물영업부 담당 상무, 화물사업본부장 등 화물에서만 2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9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한진으로 자리를 옮겨
류경표 대표이사와 함께 한진을 이끌다 올해 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는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과 함께 한진을 이끌고 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