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2-06-17 16: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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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서울교통공사가 만성적 적자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사리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 경제를 덮친 인플레이션 우려에 서울시는 주요 공공요금인 지하철 요금을 동결하려는 의지가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 서울교통공사 로고.
17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 지하철역의 역명병기 유상판매 사업을 두고 입찰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22일 입찰 서류제출이 마감되고 세 차례에 나누어 29일 최종적으로 개찰이 마감된다.
올해 서울교통공사의 역명병기 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지난해보다 규모가 확연히 커졌다.
이번 입찰에는 강남역, 여의도역, 신도림역 등 주요 환승역을 포함해 모두 50곳의 지하철역이 입찰 대상으로 포함됐다.
기존 사업대상 지하철역 가운데 계약기간이 만료된 8곳에 새로 사업 대상이 되는 지하철역이 42곳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까지 모두 33곳 지하철역에서 역명병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에만 대상 지하철역이 2배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사업 수익도 연간 20억 원 수준에서 올해에는 150억 원 가까이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명병기 사업은 공공성 훼손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서울교통공사로서는 쉽게 내려놓기 어려운 사업이다. 만성적 적자에 따른 재정난 극복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정선인 서울교통공사 신성장본부장은 “역병병기 사업은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 해소에 도움이 되고 기업이나 단체도 지하철역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합리적 비용 아래 널리 알릴 수 있는 ‘윈윈’ 사업”이라며 “역명병기 사업으로 지하철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심의위원회에서 꼼꼼히 심사해 적합한 기업, 기관만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으로 2017년에 출범한 이후 첫해부터 5253억 원의 순손실을 봤고 이후 순손실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순손실은 2019년에 5865억 원까지 증가했다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2020년에는 1조1137억 원까지 급등했다. 2021년에는 9644억 원으로 다소 순손실 규모가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적자가 1조 원에 육박했다.
이와 비교하면 역명병기 사업을 통한 수입은 언발의 오줌누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가 핵심 사업인 운수 분야에서 요금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역명병기 사업은 그나마 자체적으로 추진해 볼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결국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 극복은 서울시가 지하철 요금을 인상해야만 가능하다.
현재 서울 지하철은 요금이 7년 넘게 동결돼 원가 이하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1인당 운송 원가는 2천 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기본요금은 1250원이다.
문제는 에너지 원가의 급등 등으로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올해 5월에 13년 만에 최고치인 5.4%로 조사되는 등 인플레이션 압박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운영 역시 원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오히려 지하철 요금을 올리기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져드는 셈이다.
정부에서는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만큼 공공요금 인상의 억제를 최우선적 대응책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여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공공요금 인상 억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대하며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에는 재정적 지원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주로 공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지난해 11월에는 서울교통공사의 공사채 발행이 한도에 가까워지자 서울시가 2567억 원 규모의 공사채를 이관받기도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이관받은 서울교통공사의 부채는 7천억 원이 넘는다.
올해 지방선거가 지나면 오 시장이 지하철 요금의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오 시장은 기존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KBS 뉴스9에 출연해 “선거가 끝났으니 지하철 요금을 올릴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최대한 버텨보려고 작심하고 있다”며 “서울시 간부들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논의해 보자고 했지만 제가 ‘생활물가가 올라서 다들 힘들어하니 서울시가 품어 안고 중앙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버텨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