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CGV 상영관이 '멀티플레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허민회 CJCGV 대표이사는 CJCGV 상영관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즐기거나 레저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시켜 영화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3일 극장업계에서는 허 대표가 CJCGV 영등포점에 조성한 프리미엄 상영관 ‘스크린X PLF’를 통해 CJCGV의 공간사업자 변신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JCGV에 따르면 스크린X PLF는 일반 상영관보다 약 9배 많은 비용이 투입됐다. 이를 통해서 기존 '스크린X' 극장과 비교해 선명한 화질과 향상된 음향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된 관람환경을 갖추게 됐다.
스크린X PLF의 활용도는 영화 상영에만 그치지 않는다.
스크린X PLF에는 조명, 안개, 레이저 등 환경 설비를 갖춘 ‘공연 특화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는 콘서트, e스포츠, 강연 무대 등 다양한 용도로의 활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러한 상영관의 다각화 행보는 CJCGV의 이른바 ‘공간사업자’ 전략의 실행으로 읽힌다. CJCGV는 공간사업자 전략 추진을 통해서 극장을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장소로 변화시키고 있다.
공간사업자 전략의 핵심은 상영관의 활용도 확대에 있다.
코로나19사태로 기대작들의 개봉과 제작 일정이 연기된 가운데 비어 있는 상영관을 활용하는 '틈새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더라도 인기 개봉작 상영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콘텐츠로 상영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허 대표는 2020년 12월 CJCGV의 대표이사로 발탁된 뒤 공간콘템츠팀과 스크린콘텐츠팀을 조직해 상영관의 활용도를 넓히는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쟁 관계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손을 잡기도 했다. CJCGV는 지난해 3월 왓챠와 업무협약을 맺고 왓챠의 독점콘텐츠를 상영하는 'CGV 왓챠관'을 전국 14곳에서 같은해 7월까지 운영했다.
또한 지난해 6월에는 e스포츠단체 리그오브레전드챔피언스코리아(LCK)와 협약을 맺고 스크린X 상영관에서 e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영상이라는 콘텐츠 형식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시도도 했다.
CJCGV는 올해 1월 CGV피카디리1958점의 일부 상영관을 리뉴얼 해 실내 암벽등반 시설인 ‘피커스(PEAKERS)’의 운영을 시작했다. CJCGV에 따르면 피커스 오픈 후 한 달 동안 3천여 명이 시설을 이용했다.
CJCGV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피커스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CJCGV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방탈출 게임 전문 기업인 비트포비아와 협업해 용산점과 광주금남로점에서 방탈출 게임 공간인 '미션 브레이크'를 운영하기도 했다.
허 대표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사업자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공간 신사업 추진으로 혁신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공간사업을 위해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섰다.
최근 CJ그룹 계열사들은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씨앗(CIAT) 2기의 지원대상 기업을 선정했다. CJCGV는 팝업스토어 플랫폼업체 ’프로젝트렌트’를 선정했다. CJCGV는 프로젝트렌트와 영화관 로비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여행가이드 플랫폼 ‘한국자전거나라’와 손을 잡고 문화 콘텐츠 개발·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자전거나라는 식사와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CJCGV의 '씨네드쉐프'관에서 진행되는 예술강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허 대표는 1962년 부산 출생으로 CJ그룹 지주사에서 사업총괄부사장, 경영총괄부사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친 재무전문가이다.
CJ푸드빌, CJ올리브네트웍스, CJ오쇼핑, CJENM, CJCGV 등 경영이 어려운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낸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