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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태백시 사회단체들이 정부의 대한석탄공사 폐광정책 추진에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20일 폐광백지화 촉구 현수막이 태백지역 시가지에 일제히 부착돼 있다. <뉴시스> |
정부가 에너지공기업 대한석탄공사 폐업을 검토하고 있다.
탄광이 있는 곳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의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공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에너지공기업을 직접 거느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도 달라 최종안 마련까지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 “석탄공사 폐업은 제2의 석탄합리화 정책”
24일 기재부와 산업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석탄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화순탄광(2017년), 장성탄광(2019년),도계탄광(2021년 이후) 등을 단계적으로 폐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폐광을 검토하는 것은 석탄공사의 만성적인 적자 때문이다.
석탄공사는 연탄 수요 감소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해마다 1천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 누적부채가 현재 1조6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2017년에 화순, 2019년에 장성, 2022년에 도계 등이 차례로 문을 닫으면 석탄공사는 창립(1950년)이후 6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정부의 방침이 알려지자 폐광지역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석탄공사 폐업은 인구 유출과 지역 기반 붕괴로 이어져 결국 폐광지 전체가 폐허로 변할 것”이라며 생존권을 건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의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경우 1999년 12월에 열린 태백시민 생존권 찾기 총궐기대회 같은 물리적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원도 시군의회의장 협의회는 “강원도 남부지역은 1989년 정부의 일방적인 석탄산업합리화 추진으로 대부분의 광산이 폐광되며 급격한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몰락이라는 고통을 27년 동안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석탄공사를 폐업하고 3개 광업소를 폐광하는 제2의 석탄합리화 정책을 추진키로 한 것은 도민을 무시하고 폐광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석탄공사 노동조합은 25일 원주 본사에서 회의를 열어 총파업 찬반투표 일정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노조는 총파업 돌입 시기 등은 집행부에 위임했다.
◆ 기재부와 산업부 ‘온도차’
석탄공사 폐업에 대해 기재부와 산업부는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속내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기본적으로 공기업이라도 적자가 쌓이고 존재가치가 떨어지면 폐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에 비해 산업부는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연탄 수요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특히 폐광은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두 부처 이견의 밑바탕에는 공공기관 기능 조정 주무부처로서 성과를 내야 하는 기재부와 산하 공기업 존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산업부의 좁히기 힘든 입장 차가 존재하고 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는 현장 사정을 모른 채 재무제표만 들여다보고 일한다”며 “부채가 많으니까 단순히 없애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하기관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 그런지 산업부가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6월 말까지 석탄공사 페업과 관련한 최종안을 도출하려고 했는데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