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국내 광고업계 1, 2위다.
불과 1여년 전만 해도 두 회사는 시가총액에서 큰 차이를 보였지만 최근 이노션이 제일기획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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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왼쪽)과 안건희 이노션 대표. |
제일기획이 연초부터 불거진 매각설로 주가가 맥을 못추는 사이 이노션은 모기업인 현대차의 마케팅 강화로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20일 제일기획 주가는 전날보다 50원(0.32%) 떨어진 1만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일기획은 올해 들어 매각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오면서 2월 2만2150원이었던 주가는 불과 석달 새 30% 가까이 떨어졌다. 현재 제일기획의 시가총액은 1조 8119억원이다.
이노션 주가는 전날보다 500원(0.58%) 떨어진 8만6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노션의 시가총액은 1조7280억원이다.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시총 차이는 839억원에 불과하다.
2015년 7월17일 이노션 상장 당시 시총은 1조3천억원이었다. 당시 제일기획의 시총은 2조4천억원으로 이노션을 1조 원 이상 앞섰다.
증권가에서는 이노션이 시총에서 조만간 제일기획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노션의 지난해 광고 취급액 규모는 3조6792억 원으로 제일기획(5조660억 원)보다 1조3천억 원가량 적었다.
하지만 이노션은 성장성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광고제작뿐 아니라 매체대행(다른 회사에서 제작한 광고를 매체에 노출하는 일), 애니메이션사업 등으로 수익원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온 현금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노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노션은 지난해 기업공개 당시 공모자금 1334억원 가운데 현재 1270억원의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의 안정적인 광고물량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윤상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6~7월 '유로 2016',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등 올해는 대규모 스포츠행사가 예정돼 있어 2~3분기 현대기아차의 마케팅 활동이 본격적인 주가상승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션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주목도 받고 있다.
외국인은 3월2일 이후 5월18일까지 단 6거래일을 제외하고 이노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에 순 매수 규모만 666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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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이 이노션 고문. |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이노션은 올해 2분기에 매출 2837억 원, 영업이익 254억 원을 내며 1분기보다 각각 3.1%, 26.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제일기획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제일기획의 대주주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사업이 정체기에 접어들자 광고를 줄이고 있다. 연초 불거진 해외 매각설도 제일기획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 지난해까지 두 회사를 이끌었던 오너일가의 역할 변화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사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전념하기로 하고 제일기획 사장에서 물러났다.
반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인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상장 후에도 줄곧 회사를 지키고 있다. 이 고문은 이노션의 지분 27.9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