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그룹이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와인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와인사업을 맡은 송기범 비노에이치 대표이사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내 와인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9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국내 와인사업의 성장성에 주목해 유기농‧프리미엄 와인의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기는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3월 와인사업을 위해 비노에이치를 설립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계열편입 신고를 마치고 현대백화점그룹 계열로 합류했다.
비노에이치는 와인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 비노(Vino)와 현대배화점그룹의 에이치(H)가 더해진 이름이다.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더현대서울, 무역센터점 등에서 와인 전문점을 운영해오긴 했지만 와인 유통까지 다루진 않았다.
비노에이치는 유기농‧프리미엄 와인 등 차별화된 와인을 직접 수입해 유통하는 등 현대백화점의 와인사업 전초기지 역할을 맡게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내 와인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시장으로 향후 성장 전망이 크다”며 “비노에이치에서 유기농‧프리미엄 와인 등 차별화된 와인을 수입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유기농‧프리미엄 와인으로 차별화를 선언한 비노에이치가 처음 수입할 와인으로는 '스페인 와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유통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와인 담당 계열사 이름을 스페인어로 지은 점과 스페인 와인 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한 점을 들어 이러한 예상을 내놓고 있다.
비노에이치는 현대그린푸드에서 와인사업부를 담당했던 송기범 소믈리에가 초대 수장을 맡았다.
송 대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던 시절 스페인 음식과 와인을 마신 뒤 소믈리에 공부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9년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스페인 와인을 추천하며 친환경 농법으로 와인을 제조하는 점을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송 대표는 2013년 SK네트웍스에서 운영하는 호텔인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일을 시작해 2016년 SPC의 외식 브랜드인 ‘퀸즈파크’ 청담점에서 일했다. 2017년 수석 소믈리에로 현대그린푸드에 입사해 외식사업부를 이끌었다.
그는 2016년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루시옹와인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8년 국가대표 한국와인 소믈리에 경기대회 은상, 2019년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와인 수입액은 5억6천만 달러(약 7100억 원)로 2020년과 비교해 약 70% 증가했다. 2022년에는 약 1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불상공회의소가 2021년 12월 공개한 국내 와인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스페인산 와인은 1~10월까지 10개월 동안 3500만 달러 규모(약 446억 원)가 수입됐다.
프랑스(1억4500만 달러, 약 1850억 원), 미국(7400만 달러, 약 944억 원), 이탈리아(7400만 달러, 약 944억 원), 칠레(6300만 달러, 약 803억 원)산 와인에 이은 5번째 규모다.
스페인은 로마시대 이전부터 포도를 재배했고 1870년 진딧물과 유사한 해충인 필록세라가 프랑스 포도 재배지역을 휩쓸었을 때 프랑스 포도 재배업자들이 스페인 리오하 지역으로 이주하며 양조기술이 발전했다.
무덥고 건조한 기후의 스페인은 와인용 포도 재배에 이상적이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포도 농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와인은 진한 향과 색, 강렬한 맛이 특징으로 보데가스 로블레스(Bodegas Robles), 보데가스 윤떼로(Bodegas Yuntero) 등 천연효모를 사용하는 유기농 와인 기업들이 유명하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