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이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구체화하며 공장 부지를 선정하고 고객사와 공급 논의를 진행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특히 BMW와 포드가 CATL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들일 유력한 고객사로 꼽히는 만큼 기존 배터리 공급사인 삼성SDI와 SK온이 공급 물량을 두고 맞경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는 6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CATL이 미국 배터리공장 설립 부지를 선정하는 최종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켄터키주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ATL은 그동안 배터리를 전량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었는데 최근 유럽과 인도네시아에 잇따라 신규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내놓으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CATL이 미국에 설립하는 배터리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CATL은 5일 온라인 콘퍼런스콜을 통해 고객사 수요에 맞춰 해외에 배터리공장 설립 계획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투자 계획이나 장소는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과 유럽 자동차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CATL도 특정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배터리 생산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미국에 첫 배터리공장을 설립하게 된다면 미국 내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기업이 주요 고객사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우스캐롤리나이주와 켄터키주에서 각각 자동차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BMW나 포드가 CATL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현지 생산공장 설립을 요구했을 공산이 크다.
자연히 BMW 전기차에 주로 배터리를 공급하던 삼성SDI, 포드를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던 SK온이 CATL의 미국 진출에 따른 경쟁 심화로 타격을 수 있다.
CATL이 주로 생산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3사의 주력상품인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 측면의 장점을 고객사들에 인정받고 있다.
특히 CATL이 상반기 안에 정식 공개를 예고한 ‘기린’ 배터리는 기존 LFP 배터리의 단점인 주행 거리와 무게 등 약점을 해소할 수 있어 기술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CATL의 미국 배터리공장 투자 시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해당 공장을 기린 배터리 핵심 생산거점으로 삼아 미국 내 고객사에 공급 확대를 적극 노리게 될 공산이 크다.
BMW는 로이터를 통해 “배터리 수급과 관련해 여러 협력사들과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CATL과 미국 내 공장에서 협력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
포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켄터키주에 SK온과 배터리 합작공장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CATL과 협력 가능성이 다소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포드가 배터리 탑재량이 많은 대형 픽업트럭 등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량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 수급처를 SK온 이외에 CATL까지 다변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테슬라 역시 CATL의 미국 생산공장에서 배터리를 사들일 수 있는 잠재적 고객사로 꼽힌다.
CATL이 테슬라 중국공장에 배터리를 주로 공급하며 협력관계를 지속해 왔고 테슬라가 건설중인 텍사스 기가팩토리 전기차공장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또는 켄터키주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에서 큰 성장 기회를 기대하던 한국 배터리3사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에 미국 내 고객사를 빼앗길 가능성에 대비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인 CATL이 중국 배터리산업을 견제하는 미국 정부의 압박을 받아 현지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지방정부는 제조업 및 전기차산업 활성화를 위해 해외 기업의 배터리공장 투자를 적극 반기는 분위기인 만큼 CATL이 대규모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받으며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완성차기업들이 잇따라 한국 배터리3사 또는 일본 파나소닉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처럼 CATL도 미국 내 주요 완성차기업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CATL은 이미 2020년부터 미국 내 배터리공장 설립 가능성을 두고 켄터키주 정부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