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중동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삼성물산은 중동에서 호주 등 선진시장으로 해외건설 주력시장을 바꿔나갈 것으로 보인다.
19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7935억 원 규모의 카타르 도하메트로 프로젝트 계약을 해지당했다. 지난해 매출 규모의 3.3%에 해당하는 대형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해지되면서 중동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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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발주처가 애매한 사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이번 사건은 카타르에서 수행하는 공사의 불확실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삼성물산의 중동 건설현장 가운데 카타르 도하메트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이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 금융지구 공사는 진행률 70%에서 중단됐다. 저유가가 길어지면서 대금지금이 이뤄지지 않아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물산은 1분기 말 기준 카타르 도하메트로를 포함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우디아라비아 라빅2 민자발전, 카타르 담수복합발전 등 4곳에서만 7300억 원의 미청구공사액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미청구공사액 1조6천억 원의 거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그만큼 중동 리스크가 큰 셈이다.
중동사업의 경우 거래 하청업체 지정, 자국 공사인력 채용, 추가공사 진행 등 발주처의 요구가 까다롭다. 이 때문에 예기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저유가에 따른 발주처의 재정난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일도 늘고 있다.
도하메트로 프로젝트는 공사가 40%가량 진행된 상황이었다. 발주처는 새로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발주처가 자금경색 등의 문제가 없는데도 공사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시공사를 교체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삼성물산은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으나 카타르에서 향후 수주활동 제약을 걱정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속앓이하고 앴다. 삼성물산은 카타르에서 2조 원 규모의 담수복합발전 공사, 4천억 원 규모의 신도시 도로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사계약 해지를 계기로 삼성물산의 해외사업 중심축 이동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중동과 동남아 등에서 호주와 캐나다 등 선진건설시장으로 해외사업 주력시장을 옮겨가려고 한다. 해외사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부터 호주 도로공사, 캐나다 수력발전댐공사, 싱가포르 지하철공사 등 선진시장 인프라공사를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호주 로이힐에서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선진 건설시장 경험을 쌓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선진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란 시장을 잡기 위해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 등 주요 건설사 CEO가 모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이 역시 삼성물산 해외사업 전략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