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3월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로 '깜짝 발탁' 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60대 이상의 베테랑들이 대부분인 금융지주 이사회에 1980년생 여성이 선임된 것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터뷰] 우리금융 80년생 첫 여성 사외이사 송수영, "ESG경영 구체화"

▲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다만 송 변호사가 ESG분야에서 만큼은 두터운 전문성을 지닌만큼 실력면에서는 놀라울게 없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평가다.

비즈니스포스트가 15일 광화문에 위치한 법무법인 세종 사무실에서 송 변호사를 직접 만나봤다.

송 변호사는 세종의 ESG센터에 소속돼 있다.

ESG센터는 늘어나는 고객들의 ESG업무에 대한 요구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환경, 기업법무, 금융, 공정거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꾸린 ESG전문그룹이다.

송 변호사는 굴지의 법무법인에서 ESG전략과 평가 개선 관련 자문, ESG 규제 관련 자문, ESG 투자 관련 자문 등 풍부한 자문경험을 쌓아왔다.

지난달 송 변호사는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선임되면서 '최초', '최연소' 타이틀을 다수 확보하게 됐다.

송 변호사는 우리금융지주 최초의 여성 이사다. 이에 더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이후 과점주주 몫이 아닌 우리금융 자체 추천을 통해 선임한 첫 사외이사로도 평가된다.

송 변호사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박안순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1945년생)보다 35년이 어리다.

나이가 두 번째로 적은 윤재원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1970년생)보다도 10년이나 젊다.

이런 '파격 발탁' 제의에 대해 송 변호사 스스로는 부담을 느끼진 않았을까.

송 변호사는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굉장한 영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자문역으로 여러 법인에 ESG 강의를 할 때 결국 누가 주체가 돼 어떤 의지와 전략을 가지고 ESG를 추진하느냐 매우 중요하다라고 얘기를 한다"며 "현재 소속된 법무법인에 비해서 더 큰 조직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구에서 한번 ESG 관련 업무를 이끌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ESG경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이번주부터는 실질적 안건을 다루는 활동이 시작된다. 

우리금융그룹의 ESG활동과 관련해 송 변호사는 "지난해 ESG경영위원회를 세운 이후 ESG평가등급 등 객관적인 지표들이 빠르게 일정수준 이상으로 갖춰졌다"며 "이제는 직원, 여성 리더십 등 '진짜 회사가 어떻게 ESG경영을 실질적으로 하느냐'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쓰기 위해 저를 영입한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금융지주는 2021년 ESG경영위원회를 설립한 뒤 SBTi(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PCAF(글로벌 환경 이니셔티브) 등 굵직한 행보를 이어왔다.

3월에는 한국세계자연기금(WWF)과 업무협약을 맺고 ESG 실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송 변호사는 우리금융이 ESG경영을 보다 실질적으로 하기 위해서 자신을 영입한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금융지주가 올해부터는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ESG체계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SG전문가이기 이전에 금융분야 전문가라는 점도 송 변호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변호사 생활중인 2016년부터 2년간은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이그제큐티브 MBA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송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해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3년부터 2년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금융팀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손해보험업, 신용카드업, 증권업에 관한 분석업무를 수행했다.

변호사의 길을 걷기 전에 금융분야에서 먼저 경험을 쌓은 것이다.

다만 아침 6시반에 출근해 밤 12시가 넘도록 일하는 고된 일정의 연구원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송 변호사는 "법대생이던 여동생이 먼저 사법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새벽같이 일하는 노력으로 사법고시를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업적 안정성을 놓고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후 송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에 편입해 고시에 합격한다. 처음에는 판사를 꿈꿨지만 로펌 선배들의 "재미있고 활기찬" 모습에 이끌려 법무법인에 몸을 담게 됐다고 한다.

다만 업무가 많다보니 증권사 시절과 워라밸은 비슷했다. 특히 두명의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

송 변호사는 "여성 변호사로서 대형 법무법인에 몸을 담은지 13년정도 됐는데 워낙 바쁘다보니 모든 것이 쉽지는 않았다"며 "이번에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동안 걸어온 길을 인정받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송 변호사는 고객사 자문 이외에도 웨비나 등을 통해 활발하게 ESG와 관련한 지식을 널리 알리고 있다.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