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자살 관련 재해사망보험금으로 얼마나 타격을 받을까?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자살 관련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례를 따를 경우 1조~2조 원 정도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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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대법원(주심 김신 대법관)은 자살한 A씨의 부모가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사망특별약관을 무효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12일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생명보험사가 약관을 어긴 불법성을 대법원이 인정한 판결”이라며 “생명보험사는 대법원의 판결이 난 만큼 더 이상 소비자에게 고통을 주지 말고 자발적으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는 2010년 4월까지 재해사망특별약관에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험상품을 팔았다.
그러나 생명보험사는 약관에 실수로 위 내용이 포함됐을 뿐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생명보험사는 약관의 조건을 충족시킨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재해사망보험금은 보통 일반사망보험금의 2~3배에 이른다.
금융소비자연맹은 100여 명의 피해자들을 모아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진행했다. 현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는 ING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동부생명, 알리안츠생명, 농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신한생명 등 9곳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이 2014년 9월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당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월 기준으로 생명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재해사망보험금 규모는 2647건, 2179억 원(건당 평균 미지급금액 8200만 원)에 이른다. 이를 근거로 보험업계는 생명보험사의 손실규모를 앞으로 발생할 손실에 지연이자까지 합쳐 1조~2조 원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 생명보험사가 입을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조 단위의 손실은 상품 전체와 관련한 손실일 뿐 한해 손실만 따지면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란 얘기다.
생명보험사는 2014년 4월 수정되기 전 기준의 재해사망특별약관 보험상품으로 282만 건을 보유했다. 우리나라는 한 해에 10만 명 가운데 대략 30명 정도가 자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생명보험사의 한해 손실액 규모를 추정해보면 (재해사망특약 건수 282만 건 x 한해 자살률 0.0003 x 자살 관련 평균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 규모 8200만 원) 대략 696억 원이 나온다. 이는 생명보험사가 2014년 올린 순이익의 2.15% 수준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는 2014년에 순이익 3조2370억 원을 올렸다. 2013년 순이익 2조931억 원보다 54.6% 올랐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아직 협회 차원에서 손실규모를 예측한 적이 없다”며 “손실규모는 상대적이어서 딱히 특정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