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2-03-31 1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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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3월 들어 코스피에서 한 달 만에 순매도로 태도를 바꿨다.
다만 코스피에서 LG에너지솔루션, 코스닥에서 엘앤에프 등 배터리 관련 종목에서는 강한 순매수를 보였다.
▲ 국민연금공단 로고.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3월 들어 21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588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에서는 137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올해 2월에 21개월 만에 순매수를 보인 뒤 한 달 만에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반면 코스닥에서는 1964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순매수가 이어졌다.
코스피가 31일 2757.65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여전히 2800선을 밑돌고 있음에도 국민연금이 순매도로 태도를 바꾼 것은 2분기부터 국내 증시가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코스피는 3월15일 2621.53까지 내려가는 등 한때 2600선이 위협 받기도 했지만 22일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2700선을 유지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증권시장은 MSCI 전세계지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을 웃도는 등 전쟁에 따른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특히 러시아가 3월 중 ‘디폴트 위기’를 넘기고 국제유가가 150달러 혹은 20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는 기존 예상보다는 낮은 배럴당 110달러 안팎으로 31일 거래를 마치면서 개전 초기보다 세계적으로 증권시장의 우려가 크게 낮아졌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 코스피 전망을 놓고 “올해 1분기는 예상 밖 악재들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배한 ‘미지의 세계’였다”며 “2분기는 불확실성이 윤곽을 드러내고 선반영 악재에 맞서 시장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익숙한 세계’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기적으로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려는 국민연금으로서는 굳이 국내증시의 지수방어를 위한 기계적 순매수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15% 안팎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뒀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 국내주식 비중은 17.5%였다.
국민연금의 개별종목 거래를 보면 배터리 종목에서 강한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3월 한 달 동안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3752억 원 순매수했다.
국민연금이 코스피에서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셀트리온 주식 937억 원과 비교하면 순매수 규모에서 4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코스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은 엘엔에프로 모두 1080억 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셀트리온헬스케어 457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엘엔에프는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LG에너지솔루션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LG에너지솔루션과 엘엔에프를 담는 것은 세계적으로 배터리업계에 불고 있는 ‘고망간 배터리’ 등 코발트 비중 덜기 경쟁에 따른 영향으로 읽힌다.
현재까지 2차전지는 니켈, 코발트, 망간 또는 알루미늄을 사용한 NCM, NCA 등 삼원계 배터리가 주류다.
하지만 니켈, 코발트 등 희소 광물의 가격이 급등해 2차전지 생산에 원가 부담이 커지지고 있다. 2차전지 생산원가에서 원재료 가격의 비중은 70~80%에 이른다.
특히 코발트는 전세계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민주콩고에 집중돼 있는 등 특정 국가 편중이 심한 데다 세계적으로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자원 무기화 분위기도 강해져 ‘코발트 프리’ 등 기술적 대응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엘앤에프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을 모두 사용해 코발트 비중을 5% 이하로 낮춘 4원계 배터리(NCMA)를 개발, 양산해 테슬라 등에 공급하고 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의 실적 전망을 놓고 “현재 엘앤에프는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이 높게 형성돼있지만 높은 이익 증가율이 높은 멀티플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며 “NCM523(삼원계 배터리) 대비 마진율이 높은 NCMA(4원계 배터리)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