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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원 진에어 대표가 이달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저가항공사 최초로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
저가항공사인 진에어가 중장거리 국제노선에 진출한다. 단거리 노선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저가항공사 중 가장 먼저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해 새 수익원을 만들려고 한다.
진에어가 중장거리 노선 비중을 늘리게 되면 모회사인 대한항공과 경쟁을 해야 한다.
마원 진에어 대표이사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저가항공사(LCC) 중 최초로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 운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진에어는 유럽과 미국 지역까지 운항 가능한 393석 규모의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 1대를 올해 말 도입한다. 마 대표는 “B777-200ER의 경우 운항중인 항공기보다 1.7배 가량 크고 좌석수도 2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같은 기종을 2대 더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 대표는 내년 여름부터 미국, 하와이, 호주, 싱가포르 등에 취항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저가항공사 중 처음으로 중장거리 국제노선에 취항하는 것이다. 그는 “중장거리 노선으로 호주와 하와이 호놀룰루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들여오는 B777-200ER을 중장거리 노선 취항 전까지 기존에 있던 홍콩과 괌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올해 1분기 매출 904억 원에 영업이익 72억 원을 얻어 당기순손실 1558억 원을 거둔 대한항공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만큼 재무구조도 건실하다.
그러나 국내 저가항공시장의 경쟁이 심각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했고 결국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선택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해당 노선에 취항한 모회사 대한항공과 경쟁하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시장의 50.8%는 저가항공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저가항공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로 현재 취항중인 국내 저가항공사 5개 외에도 신규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울산시는 민간업체와 공동투자해 저가항공사를 만들겠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자회사인 에어부산에 이어 저가항공사를 하나 더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저가항공사도 국내시장을 노리고 있다. 현재 총 13개의 해외기업이 한국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규모 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국내시장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다.
마 대표는 “국내 저가항공사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에어아시아 등 해외 저가항공사의 공세에 대한 대응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심 끝에 돌파구를 찾은 것이 B777-200ER 도입을 통한 장거리노선 운항”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진에어의 중장거리노선 진출을 놓고 여러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국내 항공 이용객 수는 한계가 있는데 저가항공사가 늘어나면 공급과잉이 일어난다”며 “추가 수요층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장거리노선은 대형 항공사 등을 상대로 벌이는 일종의 도박”이라며 “위험을 줄이려면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