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자흐스탄 송유관 가동 중단으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 통로가 더욱 좁아지면서 잠시 주춤했던 국제유가 상승세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고유가 상태가 장기화되며 차량과 비행기에 쓰이는 휘발유뿐 아니라 식품과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해 소비자들에 물가 상승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각으로 23일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은 결국 모든 분야로 흘러가게 된다”며 “플라스틱 포장지와 음식 등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상품의 가격이 다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최근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안정세를 찾고 있었는데 가파른 상승세를 되찾았다.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경제제재로 원유를 거의 수출하지 못 하던 상황에서 카자흐스탄 송유관을 통해 공급하던 원유마저 송유관 가동 중단의 영향을 받으면서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카자흐스탄 송유관을 통해 공급되는 원유는 하루 120만 배럴로 러시아의 기존 원유 수출량에서 약 24%~30%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소비자가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인상을 체감할 수 있는 영역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화학업체들이 원유를 통해 생산하는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을 높이면서 소규모 플라스틱 제조업체까지 영향이 퍼지고 결국 포장재를 쓰는 제품의 가격 인상을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원재료업체인 일본 스미모토화학이 지난해 유가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을 네 차례 인상한 데 이어 4월1일부터 가격을 한번에 20% 올리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플라스틱 생산에 드는 비용 이외에 연료비 인상에 따른 물류비 상승도 물가에 점차 반영되고 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유가 상승에 따른 파급효과가 트랙터 등 농기구 가동 비용 상승을 이끌어 육류와 곡물 등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비료 수출 중단으로 농작물 생산에 필요한 비료 원가가 오른 데 이어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이중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어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밀과 육류 등 식량과 플라스틱 물량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물가 인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식재료 및 포장비 가격 상승분의 일부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물류비와 배달비 등 차량을 이용하는 비용도 점차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식재료 및 플라스틱 포장 용기, 배달비 등 비용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가 모두 떠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미 해외에서 우버이츠 등 배달서비스와 리프트 등 차량호출서비스 비용이 유가 상승에 따라 점차 인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 상승은 중장기적으로 타이어와 스마트폰은 물론 안경과 면도기, 스타킹, 인조가죽과 연고, 알약 등 원유 기반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의 가격 인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의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가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물가 인상폭도 갈수록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최근 소비 회복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난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물가 상승에 따른 타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