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 금융시장을 덮친 악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실물자산인 부동산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리츠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부동산간접투자상품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처로 부상하는 중이다.
 
금융시장 불안에 부동산투자상품 뜬다, 투자자들 리츠에 눈길

▲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들의 모습. <연합뉴스>


14일 증권가 분석 등을 종합하면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으로 한국을 비롯 세계 증권시장이 하락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리츠와 부동산 관련 상장지수펀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자료에 따르면 3월 들어 둘째 주까지 한국 상장 리츠 18개 종목의 총 수익률 지수는 2.9%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주가가 많게는 9.9%까지 떨어지며 코스피 전체 지수도 2703.52에서 2661.28로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는 3월 한국 상장 리츠의 총 수익률 지수가 3.9%에 이르고 올해 전체를 기준으로도 플러스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 통신탑 등과 같은 각종 인프라 시설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과 매각차익 등을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을 말한다.

대규모 자산이나 복잡한 계약절차, 세금문제 없이 부동산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국내 시장도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안정성과 배당수익률 등 장점이 부각되면서 더욱 많은 투자자들이 리츠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주 발표한 주식전략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채권 시장은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봐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 금융자산은 실질 수익률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피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 구간에서 실질 수익률이 플러스를 보였던 자산은 금, 원자재 지수, 리츠 순이다”고 덧붙였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리츠는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그 상승분을 임대수익 등에 반영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 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 역시 공모가 기준 연 5~6%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 증시에 상장한 리츠는 2020년만 해도 7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3월 말 코람코더원리츠가 상장하면 모두 19개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상장 리츠들의 시가총액도 2년 만에 3조 원 수준에서 7조4030억 원 규모로 늘어났다.

비상장 리츠까지 더하면 국내 운용리츠 개수는 324개, 운용리츠 자산의 총합은 75조6천억 원에 이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다.

3040 재테크족을 중심으로 해외 증시 접근성도 높아지면서 해외 상장 리츠나 부동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리츠는 약 190개로 선택의 폭이 넓을 뿐 아니라 미국 주거용 주택 등 부동산시장 전망도 밝아 수익성에 관한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해외직접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에서 해외에 투자한 부동산업 관련 자금은 23억7천만 달러(약 2조8천억 원)으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347% 급증했다.

한국리츠협회 자료를 보면 2021년 국내 리츠의 해외 투자자산도 1조6846억 원으로 2년 동안 20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월 배당을 하는 미국 리츠 종목인 리얼티인컴은 올해 1월만 해도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 종목 순위에서 상위 50위 권에도 들지 못했는데 3월7일 기준 한 달 동안 순매수 순위에서는 21위로 뛰어올랐다.

미국 1위 쇼핑몰 리츠 사이먼프로퍼티, 통신 기지국 등을 임대하는 세계 최대 인프라 리츠 아메리칸타워 등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주거용 부동산시장 호황을 타고 주거용 주택에 주로 투자하는 ETF 상품 등도 등장하고 있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글로벌리츠시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리츠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리츠 기업들의 자산취득 활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주택 임대료가 당분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 주거용 리츠에 직접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