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벤처투자 전문회사 삼성넥스트와 삼성벤처투자(SVIC)가 미래사업 발굴을 위해 투자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풍부한 현금자산을 바탕으로 대규모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벤처투자회사들의 투자방향이 향후 인수합병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벤처투자회사들은 올해 들어 7건 이상의 공식 투자를 진행하면서 신기술 기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벤처투자회사들의 최근 투자 동향 가운데 우선 주목되는 분야는 블록체인이다.
삼성넥스트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대체불가토큰(NFT)에 투자를 진행했다.
삼성넥스트가 올해 1월 투자에 나선 ‘메타플렉스’는 NFT를 발행 및 인증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자체 거래소를 보유한 플랫폼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메타플렉스가 발행한 4600만 달러 규모 토큰 투자라운드에 참여했다.
NFT 기술은 최근 음악 및 미술작품과 연계해 작품의 희소성을 보증하는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기전자 기업들은 NFT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과 협력해 자사의 전자제품에서 NFT 기술이 적용된 음악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넥스트가 올해 들어 NFT 기술을 지닌 메타플렉스에 투자를 감행한 것도 TV를 비롯한 삼성전자의 기존 가전제품과 시너지를 모색해본다는 차원에서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NFT 시장 자체의 잠재력이 큰 것도 삼성넥스트의 투자배경으로 꼽힌다.
투자은행 제퍼리스에 따르면 NFT 시장규모는 2022년 35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800억 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의 또 다른 투자활동으로 주목받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삼성전자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삼성벤처투자(SVIC)는 최근 비침습 혈당모니터링 기술을 보유한 독일 헬스케어 기업 디아몬드테크에 투자했다.
디아몬드테크는 당뇨병환자들이 혈당체크를 할 때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거나 별도의 채혈을 하지 않고 혈당수치를 관리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가 디아몬드테크에 투자를 감행한 것은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워치 시리즈의 관련 기능 탑재를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무채혈 혈당 모니터링 기능은 차세대 스마트워치의 핵심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는 애플 역시 무채혈 혈당 모니터링 기능을 애플워치에 탑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기존 사업과 연계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을 선도할 기술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회사 삼성넥스트는 최근 이스라엘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클래지큐에 투자를 진행했다.
클래지큐는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 ‘퀀텀 알고리즘 디자인’ 플랫폼을 개발한 회사다. 클래지큐는 2020년 5월 설립돼 양자회로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20개월 만에 4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모으기도 했다.
양자컴퓨터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인 양자를 활용한다. 현재 가장 빠른 이진법 기반의 슈퍼컴퓨터보다 이론상 연산속도가 1천만 배 이상 빨라 정보보안, 금융과 의료, 제약, 자동차, 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특히 양자컴퓨터를 통한 양자암호기술은 새로운 정보보안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삼성전자 투자회사들이 진행한 일련의 투자방향성을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이제까지 키워온 반도체사업 및 헬스케어사업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앞으로 있을 인수합병 분야도 이와 같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알린 것처럼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항이 결정되면 공시를 비롯한 공식적 루트를 통해 발표가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