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며 명분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내걸었는데 포스코홀딩스 출범 뒤 정체된 철강업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성장성이 높은 친환경 사업에 힘을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철강사업을 맡고 있는 포스코는 전남 광양에 앞으로 3년 동안 5조 원을 환경 관련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광양제철소의 친환경 설비투자뿐 아니라 수소복합단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배터리소재인 수산화리튬 공장 등을 건설하기로 했다.
2차전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케미칼도 광양에서 양극재 소재인 전구체 생산공장을 짓는다.
이뿐 아니라 포스코케미칼은 북미에서 직접 양극재를 생산하기 위해 GM과 합작공장을 건립한다.
최 회장은 리튬과 니켈, 수소 등 친환경 사업 관련 신사업을 키워 포스코그룹을 친환경 종합 소재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운 만큼 지주사 체제 출범 초기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2일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출범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이루어낸 성공의 신화를 넘어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포스코그룹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포스코홀딩스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포트폴리오 개발자(Developer)’, 그룹의 성장 정체성에 맞게 사업 구조를 혁신하고 단위 사업간 융복합 기회를 찾는 ‘시너지 설계자(Designer)’,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체화해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을 선도하고 조율하는 ‘ESG리더(Director)’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친환경 종합 소재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올해 전체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포스코는 올해 초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연결기준으로 2022년 8조9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포스코가 2017년부터 발표한 연간 경영계획자료를 보면 연도별 투자 규모는 2017년 3조5천억 원에서 2018년부터 6조 원대로 크게 증가했다가 2021년 6조1천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와 비교하면 지주사 체제 출범 뒤 역대급 규모로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최 회장이 이렇게 지주사 출범에 맞춰 친환경 관련 신사업 분야로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이유로는 철강업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철강업황 호전에 따라 지난해 영업이익 9조 원을 넘어서며 창사 뒤 최대실적을 달성했으나 기업 가치는 이런 성과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지주사 체제 출범했음에도 포스코홀딩스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철강업을 중심으로 두고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가 출범한 2일 “핵심 자회사인 포스코가 비상장회사로 남게 돼 포스코홀딩스에 일반적 지주사 할인을 적용할 수 없다”면서도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도 결국 중국 철강가격과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최 회장은 1월28일 열린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구조를 지주사로 전환해 철강과 신사업 사이에 균형성장을 가속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사업 정체성 또한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회사의 성장 노력이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를 비롯한 친환경 관련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블루오션’ 분야이기도 하지만 포스코홀딩스 기업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철강과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그룹 7대 핵심사업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7대 사업 가운데 최 회장이 특히 친환경 사업을 강조하면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성장성을 향한 시장의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