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03-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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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업계가 리오프닝(경제 재개)에 따른 운항정상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풍토병(엔데믹) 관리 체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 다만 항공사들의 실적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이판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항공사들은 이에 발맞춰 항공편을 늘리거나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이판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이에 발맞춰 항공편을 늘리거나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사이판 노선 운항을 이달 16일부터 기존 주 1회에서 주 2회로 늘린다.
제주항공도 현재 주 1회 운항하고 있는 인천~사이판 노선을 주 2회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이판은 지난해 7월 한국과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협약을 맺었다.
트래블버블은 협약을 맺은 두 나라 사이를 오가는 여행객에게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제도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면 자가격리 없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
사이판 여행은 트래블버블 시행 초기에는 탑승률이 높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위기에서 비교적 안전한 여행지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점차 신혼여행, 단체관광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
게다가 사이판은 2월11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 100%를 달성했다. 3차까지 접종을 마친 주민들의 비율도 54.8%에 이른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사이판 노선 항공기의 올해 평균 탑승률은 66%까지 올랐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항공기 좌석 점유율을 70% 이하로 제한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94%에 이르는 것으로 사실상 만석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사이판 노선 누적 여행객은 6400명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은 이같은 사이판 여행 수요 증가에 맞춰 올해 설 연휴를 기점으로 인천~사이판 노선을 기존 주 1회에서 증편해 주 2회 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2~3월 인천~사이판 노선 예약률은 80%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각 국가별로 입국제한을 완화하는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운항정상화에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풍토병 관리 체계로 전환되면 항공 및 여행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월22일 17만 명 넘게 나온 뒤 6일 연속으로 10만 명을 웃돌고 있지만 정부는 1일자로 식당과 카페 등에서 방역패스 시행을 잠정 중단하면서 풍토병 관리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갔다.
아울러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해외 입국자에 한해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여러 나라들은 이미 입국자의 자가격리를 면제하거나 아예 PCR(유전자 증폭)검사 음성확인서를 요구하지 않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두바이와 일본은 이달부터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격리 기간을 단축하고 백신접종자에 대해서는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폐지한다.
코로나19 관리 체계를 풍토병 관리 체계로 전환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현지시각 2월17일 미국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관리 체계를 풍토병 관리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태국 정부도 6월을 목표로 관리체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미국, 유럽은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이제는 실질적인 엔데믹을 논의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며 "한국 역시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2분기 이후 본격적인 리오프닝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같은 항공 수요 회복 움직임에도 항공사들의 실적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최근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항공사들이 실적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월24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05달러까지 상승했다. 2014년 9월 이후 약 7년5개월 만에 100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24일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이를 기반으로 결정되는 항공유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항공유 가격은 2월18일 기준 배럴당 103.6달러까지 뛰었다. 이는 1년 전 같은기간과 비교해 56% 급등한 것이다.
이에 항공사들은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올려 손실을 방어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통상적으로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 항공권에 포함되는 유류비 가격을 올려 부담을 낮춘다.
실제 항공사들은 이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2월보다 4단계 상승한 10단계를 적용했다.
대한항공은 2월 유류할증료를 거리별로 최소 1만800원부터 최대 7만9200원까지 적용했지만 3월에는 거리별로 최소 1만8천 원부터 최대 13만8천 원을 적용한다. 가장 먼 거리를 가는 노선의 유류할증료는 74.2%가량 올랐다.
하지만 이같은 항공사들의 노력에도 여객수요가 급감한 만큼 항공유 가격 급등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도 오르면서 항공사의 수익 개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비와 유가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영업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2021년 1월 1082.1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2월28일 장중 1208.3원까지 올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리 체계가 풍토병 관리 체계로 전환하면 항공 여행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수요 회복 시점에 유가가 올라 유류할증료를 인상하게 되면서 항공수요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되는 점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