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프라퍼티가 돈을 써야할 곳이 많아지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의 재무관리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신세계프라퍼티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신세계프라퍼티가 여러 사업을 놓고 투자를 확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현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세계프라퍼티가 2021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077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최근 미국 100% 자회사 스타필드프라퍼티를 통해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빈야드와 관련 부동산을 사들이는데 3천억 원을 썼다는 점에 비춰보면 넉넉지 않은 수준이다.
스타필드프라퍼티는 유상증자를 통해서 셰이퍼빈야드와 관련 부동산을 인수했는데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프라퍼티 증자 참여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해 빌려야 했다.
임 대표는 앞으로 신세계프라퍼티가 써야 할 돈이 더 많다는 점에서 자금운용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운영한다. 현재 스타필드수원과 스타필드창원을 개발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스타필드수원이나 스타필드창원과 같은 신규 매장 개발과 관련해 투자해야 할 금액은 중장기적으로 2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스타필드수원과 스타필드창원 개발을 위해 각 회사에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최근 시설관리 전문기업 맥서브와 함께 50대 50의 지분율로 설립한 합작법인 SMPMC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월7일자로 SMPMC의 법인 등기를 마쳤다. SMPMC는 스타필드를 중심으로 신세계프라퍼티의 부동산 실물관리 역할을 수행하며 건물의 유지 보수와 운영, 에너지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 회사다.
SMPMC가 앞으로 사업을 펼쳐나가는 과정에서도 신세계프라퍼티의 유상증자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와 관련해 현금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IFC서울 인수전에 참여한 상태다. IFC서울의 매각가격은 4조 원대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담보로 60% 수준을 해결한다고 해도 나머지 1조6천억 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임 대표가 이 자금을 모두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꾸리는 펀드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는 만큼 신세계프라퍼티의 지분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신세계프라퍼티가 IFC서울 인수에 대야 하는 자금을 1600억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투자 수요가 많긴 해도 자금 걱정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보유 자산이 수십조 원이라 이를 유동화하면 얼마든지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프라퍼티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자금과 관련해 걱정할 만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21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자산 2조9836억 원, 총차입금 1조722억 원, 순차입금 9645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78.9% 수준이다.
부채비율을 10% 후반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했던 2016~2018년과 비교하면 최근 부채비율은 높은 편이지만 통상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신용평가사에서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재무구조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17일 신세계프라퍼티 관련 보고서를 통해 “적절한 규모의 자본조달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자금 소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외부차입 의존도가 상당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신세계프라퍼티의 쉐이퍼빈야드 관련 인수 절차의 진행경과와 인수 이후 사업적 시너지 창출 여부, 인수 관련 자금소요 대응방안, 재무 레버리지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등급 결정 과정에 반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의 재무관리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신세계건설에 입사한 뒤 신세계 경영지원실 기획담당 개발팀, 개발담당 임원,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개발팀장 등을 거친 부동산 개발 전문가다. 대학 주전공은 정치외교학이지만 2008년 강원대학교에서 부동산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다.
그는 신세계프라퍼티가 2013년 출범하자마자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한 뒤 2016년부터 대표를 맡아 현재까지 5년 넘게 신세계프라퍼티를 이끌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최근 들어 그룹 차원의 다양한 투자 수요에 앞장서는 모양새인 만큼 회사 출범 때부터 경영진으로 일해 내부 사정을 꿰뚫고 있는 임 대표가 이에 대응해 재무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임 대표는 과거 신세계프라퍼티의 지분 100%를 보유한 이마트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마트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추진한 유상증자에 2018년과 2020년 2차례 참여해 각각 1500억 원, 3천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마트가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추가 취득 등으로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만큼 앞으로 신세계프라퍼티에 자금을 넣을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