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2-22 15: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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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21년 3월 당시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도 불리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이 한 마디로 많은 삼성전자 개인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특히 당시에는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던 금융전문가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발언은 더욱 화제를 모았다.
22일 삼성전자 주가가 7만3400원에 거래를 마친 것을 감안하면 강 회장의 예측이 일부 적중했다고 볼 수도 있다.
강 회장이 그 말을 했던 2021년 3월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8만1천 원~8만5천 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강 회장은 메모리반도체 회의론의 근거로 반도체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제시했다.
앞으로 반도체가 다품종, 소량 생산화되면서 소품종을 대량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는 중요성이 떨어지고 칩리스(ARM), 팹리스(퀄컴, 엔비디아), 파운드리(TSMC) 등으로 반도체산업의 중심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기업은 다른 반도체기업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주가수익비율(PER)이 12~17사이에 형성돼 있다. 반면 TSMC나 퀄컴은 PER이 20~30에 이른다. PER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메모리반도체산업의 성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래를 위해 새로운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1년 2월 세계 최초로 연산기능까지 갖춘 지능형 메모리반도체 ‘PIM’을 개발했고 SK하이닉스도 2022년 2월16일 PIM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PIM란 기존에 데이터저장 기능만을 하던 메모리반도체에 연산기능까지 더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처리분야 등에서 데이터 이동정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다.
기존에 연산기능은 비메모리반도체인 CPU(중앙처리장치)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담당해왔다. 이 때문에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필요성이 높아진 지금의 반도체산업에서는 CPU나 GPU의 중요성이 더 부각됐다.
▲ SK하이닉스 PIM 적용 첫 제품 GDDR6-AiM 모습. < SK하이닉스 >
하지만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이 완성되는 미래에는 CPU나 GPU만으로는 데이터 처리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PU나 GPU 같은 비메모리반도체는 저장 기능을 담당하는 메모리반도체와 계속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지능형 반도체(PIM)는 메모리 영역에서 데이터 연산이 가능해 데이터의 이동 거리를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그동안 다른 공간에서 서로 작업을 하며 정보를 주고받던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한 장소에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결국 이는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에 필요한 학습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지능형반도체를 사용했을 때 기존 대비 성능은 2배 이상 높아졌고 전력 소모도 70% 이상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특정 연산 속도는 최대 16배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지능형 반도체시장 규모는 기존 CPU, GPU시장을 잠식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5년에는 지능형 반도체시장 규모가 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반도체시장 전체 규모의 약 20% 규모다.
이에 발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29년까지 지능형 반도체산업에 예산 1조4123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정책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능형반도체는 우리나라의 기존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의 패러다임을 혁신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이닉스는 모두 지능형 반도체의 상용화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성능과 에너지 절감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거쳐야할 검증 과정이 많고 호환성 문제도 남아있다. 메모리반도체는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도체업계 전체에서 PIM을 표준기술로 인정해야 상용화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반도체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며 “아직 개발 초기단계로 상용화 시점을 말하기에는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