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뉴욕패션위크는 역사에 남을 행사가 될 듯하다.
패션쇼 역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예술가가 디자인에 참여한 의상이 런웨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계에 최초 공개돼 주목을 받는 AI 디자이너는 ‘틸다’.
틸다는 현지시각으로 14일 뉴욕패션위크 스프링 스튜디오에서 박윤희 디자이너와 금성에서 핀 꽃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틸다는 ‘금성에 핀 꽃’을 주제로 3천 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창조’했다.
‘무엇을 그리고 싶니?’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하면 틸다는 그 질문을 궁구해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틸다와 코웍을 한 박 디자이어는 이를 바탕으로 F/W(가을/겨울) 콜렉션을 구성하는 200여 개의 의상을 디자인했다.
박윤희 디자이너는 “새로운 디자인과 영감을 찾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콜렉션을 준비해야 했는데 틸다와 함께 작업하며 한 달 반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틸다는 LG AI연구원의 초거대 인공지능(AI) ‘EXAONE(엑사원)’으로 구현한 첫 번째 인공지능 인간이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 인간들과 달리 스스로 학습해 사고하고 판단한다. 입력된 언어의 맥락까지 이해해 기존에 없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예술 작품이나 디자인 이미지를 학습해 유사한 화풍 또는 브랜드 디자인 콘텐츠를 만드는 기존 인공지능과 기술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틸다가 스스로 창작을 할 수 있는 것은 세계 최대 수준인 말뭉치 6천억 개 이상, 텍스트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2억5천만 장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한 초거대 인공지능 엑사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협업은 초거대 인공지능이 시각 분야로 창작의 범위를 확대하고 실제로 활용한 최초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틸다의 ‘고향’인 LG AI연구원은 올해 안에 틸다가 가진 철학을 담은 독자적 패션 상품들과 아트작품들을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제조, 연구, 서비스,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돕고 인간과 협력하는 ‘틸다’의 동료들도 만들기로 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LG 엑사원은 언어와 이미지 간의 양방향 데이터 생성을 최초로 구현한 초거대 인공지능”이라며 “인간과 협력하는 ‘상위 1% 전문가 인공지능’의 또 다른 형태인 틸다를 통해 다양한 협업 모델을 추진하겠다”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