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11-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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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가 mRNA(메신저리보핵산) 의약품의 원료인 플라스미드DNA 생산을 내년부터 대폭 늘린다.
최근 mRNA 의약품시장이 커지는 만큼 플라스미드DNA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박 대표는 플라스미드DNA를 기반으로 진원생명과학 실적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
21일 진원생명과학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가동이 예정된 미국 자회사 VGXI의 신규 1공장 생산물량에 관해 현재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로부터 주문을 받고 있다.
내년 1분기 시험가동, 2분기 상업생산 등 일정을 맞출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일감 확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VGXI는 플라스미드DNA를 위탁생산한다. 기존 공장은 생산능력 700리터, 연매출 270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신규 1공장은 이보다 훨씬 크다. 전체 생산능력 7500리터 규모로 조성돼 내년에 먼저 3천 리터 시설이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2023년에는 4500리터가 추가된다.
공장이 완전 가동될 때 예상 연매출은 무려 1조 원에 이른다.
박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규 2공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신규 1공장 규모와 같은 7500리터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미국 금융사 JP모건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또 신규 3공장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가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그만큼 플라스미드DNA 수요에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6월 국내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건설하는 공장 열 개를 더 지어도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 와 있다”며 “새 공장을 짓자마자 완전가동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표의 예상처럼 신규 공장이 빠르게 가동률을 높이게 된다면 진원과학생명 실적도 오랜 부진을 벗어나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원과학생명은 2020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84억 원을 내 17년 연속 적자를 봤다. 올해도 연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회사인 VGXI는 탄탄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 146억 원, 순이익 14억 원을 거뒀다.
VGXI 신규 1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진원생명과학이 충분히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플라스미드DNA의 주사용처인 mRNA 의약품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플라스미스DNA는 유전자치료제 생산에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특히 mRNA 기반 의약품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mRNA는 DNA가 지닌 유전정보를 세포에 전달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게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mRNA 백신을 맞으면 만들어진 단백질이 면역 반응을 일으켜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게 된다.
mRNA 의약품은 체내 물질이고 쉽게 분해되는 만큼 기존 약물과 비교해 부작용이 거의 없다. 또 개발 및 생산효율도 기존 의약품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체내 전달이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는데 최근 지질나노입자(LNP)로 mRNA 입자를 감싸 목표까지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코로나19 mRNA 백신에도 이 기술이 적용됐다.
▲ VGXI 신규 1공장 조감도. <진원생명과학>
전문가들은 앞으로 mRNA 플랫폼기술이 백신을 넘어 암 치료제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고문을 통해 mRNA 의약품시장이 2021년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줄어 시장이 차츰 감소하지만 mRNA 기반 암 치료용 백신 등이 새로 개발됨에 따라 시장은 2028년부터 성장세로 돌아서 2035년에는 230억 달러 규모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모더나 공동창업자인 로버트 랭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는 3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 행사에서 “mRNA 약물은 감염병 백신뿐 아니라 암, 심장병, 낭포성섬유증, 희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전략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mRNA 의약품 생산에 필수인 플라스미드DNA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앞서 진원생명과학 경쟁사인 미국 알데브론은 2019년 플라스미드DNA 신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당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약 34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이후 올해 6월 미국 의료기업 다나허는 알데브론을 96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진원생명과학 신공장은 알데브론과 비교해 규모가 더 크고 완공 시기는 약 6개월 밖에 늦지 않다”며 “진원생명과학 신공장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