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비상경영을 맡게 된 김승언 경영지배인이 이미지 쇄신을 이뤄내고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7일 남양유업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 지배인은 한앤컴퍼니와 벌이고 있는 지분매각과 관련한 법적 분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남양유업의 실적 개선을 이루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 비상경영 맡은 김승언, 이미지 쇄신 없이 실적개선 없다 각오

▲ 김승언 남양유업 경영혁신위원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한앤컴퍼니가 아닌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법원에서 홍 회장의 손을 들어줄 때를 대비해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여야하기 때문이다. 

매각시점에 기업가치가 높아야 홍 회장이 들고 있는 남양유업의 지분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남양유업의 최근 몇 년 동안의 실적을 보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794억 원, 영업이익 858억 원을 냈다. 

하지만 2019년에는 실적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매출은 1조308억 원으로 1조 원대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4억 원으로 급감했다.

2020년에는 매출 9489억 원으로 1조 원을 넘지 못했으며 영업손실 771억 원을 봤다.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4705억 원, 영업손실 349억 원을 내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배인은 남양유업의 실적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이미지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를 향한 본사 영업사원의 욕설 등 막말과 대리점에 물량을 강제로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8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대표적 갑횡포 기업으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불매운동의 여파로 2013년과 2014년 남양유업은 각각 영업손실 174억 원, 260억 원을 봤다.

2015년과 2016년, 2017년에는 각각 영업이익 201억 원, 418억 원, 508억 원을 내며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8년 분유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논란이 인데다 2019년 온라인 카페 등에서 경쟁사를 비방한 일과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혐의가 언론에서 오르내리면서 남양유업의 실적은 다시 악화됐다. 

그동안 누적된 이미지 악화에 최근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와 법적 공방을 이어가면서 이미지가 더 실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관련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으면서 남양유업의 이미지는 바닥을 모른 채로 추락하고 있다.

김 지배인이 선임된 이후 남양유업이 3일 연속으로 대리점주와 생상 및 사회공헌 보도자료를 뿌린 것도 이미지 개선 노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남양유업은 김 지배인을 10월29일 열린 이사회에서 선임한 뒤 11월1일 대리점주 자녀를 위한 장학금 1억 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냈다. 

이어 2일에는 남양유업 대리점 운영기간이 25년 이상인 대리점주를 대상으로 여행상품권을 지급했다는 보도자료를, 3일에는 남양유업 천안공장에서 김장담그기 활동을 통해 소외계층에 김치를 전달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다만 홍 회장을 비롯한 회장 일가가 아직 사내이사로 남아 있고 홍 회장을 주축으로 한 이사회에서 김 지배인을 선임한 만큼 김 지배인이 이끄는 동안 남양유업의 이미지 쇄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김 지배인은 지배인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남양유업 수석본부장을 맡았다. 남양유업의 자회사 ‘건강한사람들(과거 남양F&B)’의 대표이사도 함께 맡고 있다. 

그는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를 나와 남양유업 기획본부장, 기획마케팅본부장을 거친 전통 '남양맨'으로 불린다. 

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와 지분매각을 두고 법적 분쟁에 돌입하면서 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이미지 쇄신에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해 지난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교체와 대표 선임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다”며 “김승언 지배인을 중심으로 남양유업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아낌없는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