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수주공백의 장기화로 내년부터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 해양 프로젝트의 지연뿐 아니라 선박 발주도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조선업계의 수주잔고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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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28일 대형 해양 프로젝트의 지연에 따라 조선업계의 수주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 연구원은 “최근 유가의 급격한 상승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대형 석유기업들이 해양 프로젝트의 진행을 중단하고 있다”며 “현재의 유가 수준이 해양플랜트의 발주를 유도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근 호주 최대의 석유개발기업인 우드사이드는 가스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성 악화로 브라우즈 가스전 개발 사업에 대한 추가적 개발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프랑스 해양플랜트 설계기업인 테크닙과 함께 브라우즈 가스전 프로젝트에서 47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하부선체 건조공사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해당설비의 상부구조물 건조공사(약 70억 달러 규모)까지 수주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업이 중단되면서 올해 초 목표로 세웠던 수주금액 달성이 어려워졌다.
더치 셸도 나이지리아 봉가의 FPSO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가 상선 부문에서도 수주실적이 부진한 점을 우려했다.
한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의 주력선종이었던 LNG선과 대형컨테이너 선박은 현재까지 발주량이 전무하다”라며 “지속되는 수주부진으로 각 조선사의 수주잔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382억 달러, 354억 달러, 427억 달러의 수주잔고를 보유했다.
하지만 이미 매출로 인식된 부분과 올해 조선사의 매출 가이던스, 내년 매출에 기여하기 어려운 프로젝트 등을 제외하면 실제 내년에 매출에 반영될 수주잔고는 많지 않다.
한 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수주공백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 조선3사의 내년 매출이 6~10조 원 수준까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도 “올해 국내 조선사가 주력하는 선종의 발주환경이 좋지 않으리라고 전망되고 있어 조선사의 매출과 사업기반에 대한 위축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 연구원은 “시장은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인식하면서 1분기에 영업이익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주공백의 장기화에 따라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점이 실적 반등의 기대감을 상쇄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