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가 대규모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본계약에서 높은 선박 건조가격으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선3사는 조선업황 회복에 힘입어 이미 2년치 일감을 확보해두고 있는데 카타르 LNG운반선을 높은 가격으로 수주한다면 2023년 이후 영업이익 개선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 (왼쪽부터)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에서 발주를 앞둔 LNG운반선 선박 건조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3사는 이미 카타르페트롤리엄과 건조 슬롯(작업공간) 예약을 진행했는데 본계약 건조가격은 기존에 설정한 가격에 원자재, 환율 등 시황을 반영해 가감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고 말했다.
후판 등 원재료 가격이 지난해 계약을 맺었을 때보다 크게 오른 만큼 건조가격도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후판 가격은 지난해 1톤당 평균 60만 원 중반대 수준이었으나 올해 7월 13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후판은 선박 건조비용의 약 3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인건비나 기타 원재료비가 크게 변하지 않는 특성을 고려하면 선박 건조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국내 조선3사가 후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카타르페트롤리엄과 본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카타르페트롤리엄은 지난해 6월 조선3사와 LNG운반선 도크(선박 건조시설) 슬롯을 예약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건조가격이 너무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는 증권사들의 평가가 나왔다.
당시 건조가격은 LNG운반선 1척당 1억8500만 달러로 추정됐는데 2019년 4분기에 1척당 평균 건조가격이 1억870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해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카타르페트롤리엄과 조선3사는 비밀유지조건에 따라 발주 선박 척수나 건조가격 등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계 관계자는 “카타르페트롤리엄과 국내 조선3사가 LNG운반선 본계약을 체결할 때 지난해 논의됐던 건조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카타르페트롤리엄의 대규모 LNG운반선 수주는 2023년부터 조선3사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이익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3사는 모두 올해 수주목표를 이미 달성했거나 곧 달성하게 된다.
올해 수주목표 달성률은 한국조선해양이 8월까지 125.9%,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9월까지 각각 104.4%, 삼성중공업이 94.5%를 각각 나타냈다.
삼성중공업은 이른 시일에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노바텍 등과 26억 달러 규모의 선박 수주를 따내 수주목표를 채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카타르페트롤리엄도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국내 조선3사에 LNG운반선을 발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3사는 이미 슬롯 예약을 통해 LNG운반선을 각각 45척가량씩 수주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 4분기부터 카타르 프로젝트 등에서 LNG운반선이 대규모 발주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부가선박으로 꼽히는 LNG운반선 수주는 조선3사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카타르페트롤리엄이 이미 조선3사의 슬롯을 예약해 둔 상태이기 때문에 본계약 가격 협상 과정에서 큰 폭의 인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조선3사가 그동안 수주가뭄과 저가 수주로 수익성 확보에 고전해 온 점을 고려하면 카타르페트롤리엄의 LNG운반선 수주는 충분히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일감 부족과 후판가격 상승에 따른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 반영 등 영향으로 올해 일제히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은 재고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재고자산 평가손실에 타격을 받아 2015년부터 연간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급등한 후판 가격이 점진적으로 안정화된다고 고려하면 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2023년에 각각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카타르페트롤리엄 LNG선 수주효과가 2023년부터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흑자기조가 안착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