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정부의 반대로 농협경제지주 폐지 공약을 거둬들였다.
농협중앙회는 경제사업의 대부분을 농협경제지주로 이관했는데 이도 김 회장의 공약 철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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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정부의 농협 사업구조 개편안에 따라 농협중앙회의 농산물 생산과 유통 등 경제사업을 내년 2월까지 농협경제지주로 모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의 사업구조를 ‘1중앙회-2지주사’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는 경제사업을 농협경제지주에 단계적으로 넘겨주고 있다. 은행 등 신용사업은 2012년 출범한 NH농협금융지주로 이관했다.
김 회장은 1월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직후 “농협경제지주를 가장 먼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농협중앙회장 선거후보 시절에도 “농협경제지주는 지역 농협과 농산물 유통 등에서 경쟁해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김 회장의 당선 이후에도 농협경제지주 분리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김 회장은 최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만나 정부의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경제지주를 폐지하려면 농협법을 5년 만에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점도 김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2011년 개정된 농협법은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명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기존 경제사업의 약 70%를 농협경제지주에 이미 이관한 것도 공약 철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현재 농협중앙회에 남은 경제사업은 회원 지원, 정부양곡 관리, 일부 축산물의 유통 등에 불과하다”며 “경제사업의 인력도 농협경제지주로 대부분 옮겨간 상황에서 경제사업을 되돌릴 경우 막대한 비용과 혼란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농협경제지주를 분리시킨 뒤 향후 상황에 따라 사업구조를 부분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농협경제지주를 분리한 뒤 농민과 지역농협에 도움이 되면 더욱 키우겠다”며 “만약 농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 제도를 개선하고 지역농협과 경쟁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