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전 공장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9일 전국금속노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아래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최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일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 A씨를 대상으로 진행한 산업재해 심의에서 심사위원 7명 만장일치로 백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전공장 노동자, 백혈병 산재 인정받아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로고.


A씨는 1987년부터 33년 넘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전 공장에서 타이어를 만드는 일을 했다.

2020년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수치가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고 그해 말 혈액검사 및 골수조직검사를 진행해 급성골수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솔벤트 등 유해물질을 사용해 백혈병에 걸렸다며 산재 관련 요양급여 신청을 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신청인은 오랜 기간 고무와 약품을 투입 혼합하는 업무를 수행했다”며 “과거 타이어공장 역학조사에서 백혈병 관련 유해인자 노출이 확인됐고 고무산업 종사와 혈액암 관련성이 역학 연구결과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질병과 업무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금속노조는 “타이어 같은 고무산업은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을 다루는 공정이 많다”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더 이상 직업성 암으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A씨를 상대로 희망퇴직을 제안한 점도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꼽았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말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산재 가능성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부터 퇴직을 종용당했다. 

금속노조는 “개별 노동자는 산재 관련 전문 지식이 없고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며 “이에 따라 산재 노동자가 산재 신청조차 못한 채 일자리를 잃고 질병과 생계의 고통을 노동자와 가족이 짊어지는 사례가 많은데 이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