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1만1천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올해 초 일어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총 10만 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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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제이 칸왈 한국SC은행장 |
리처드 힐 전 한국SC은행장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지난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뒤를 이은 아제이 칸왈 행장은 보안을 확충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한국SC은행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기존 피해자 외에도 1만1천 명의 고객정보가 추가로 유출된 사실을 발견해 최근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한국SC은행에게 정보유출 고객이 새로 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SC은행은 올해 1월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실이 적발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당시 검찰은 한국SC은행 전산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맡은 외주업체 직원이 2011년 11월부터 약 1년 동안 은행 전산망에서 고객정보 9만4천 건을 빼내 대출모집인에게 넘긴 사실을 알아내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추가 유출이 드러나면서 한국SC은행 고객정보 유출 사건 피해자는 총 10만5천 명으로 늘어났다.
고객정보가 추가 유출된 사람 중 6600명은 아예 새롭게 밝혀진 피해자다. 나머지 4400명은 기존 피해자 명단에 포함됐으나 유출 정보 항목이 추가된 경우다. 유출된 개인정보 항목은 성명부터 최근 6개월 총 조회 건수 등 최소 9개에서 최대 13개에 이른다.
한국SC은행 관계자는 “기존 정보유출 고객 외에 새로 1만1천 명이 발견돼 우편 등으로 통지하고 있다”며 “그중 4400명은 기존 유출 고객이나 항목이 추가돼 새로 통지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힐 전 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정보 유출 사태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힐 전 행장은 지난 3월 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추가 유출은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는 한국SC은행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SC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169억 원을 냈다. 이는 전년 같은기간보다 40%가 떨어진 수치다.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올해 1분기에 급기야 순손실 286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경영위기를 맞이했으나 한국SC은행은 한국 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지난달 29일 취임한 칸왈 행장은 “앞으로 한국은 모기업인 SC그룹 내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C그룹이 한국SC금융지주를 일본과 몽골까지 아우르는 총괄본부로 격상하면서 SC그룹 동북아시아 총괄본부 최고경영인(CEO)도 함께 맡는다.
칸왈 행장은 한국SC은행의 보안을 확충해 고객 이탈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정보 보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개인정보 유출 이슈가 있었던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객정보 유출 과정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한국SC은행이 시장 신뢰도를 되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내부 관계자는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직원들에게 윤리교육 등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직원이 언제든 나쁜 마음을 먹고 고객정보를 빼내려고 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