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료 등을 금융권 요직에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최고경영자(CEO)를 키워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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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
9일 전국 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관한 '금융부문 낙하산 인사,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는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금융 내홍은 결국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 때문"이라며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과 독립성 문제뿐 아니라 출신을 따져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낙하산 인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국내 금융사들이 CEO를 자체적으로 양성해 내는 체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김 소장은 "CEO가 공석일 때에 급하게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CEO를 선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낙하산 인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사회가 책임지는 CEO 승계프로그램 구축이 낙하산 근절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김 소장은 강조했다.
김 소장은 "기존 법률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의 권한으로 최고위 임원 승계프로그램 구축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임원으로서 결격사유와 필수자격요건을 상세하게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과정을 거쳐 선임된 CEO가 6~9년 정도의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차기 CEO 후보군을 발굴하고 훈련하는 관행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은행 등 금융산업은 대표적 규제 산업으로 정부쪽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큰 곳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리는 정권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충원돼 왔다”고 말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고 현재는 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준비중이지만 제도 마련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외부의 감시와 평가, 통제기능 활성화를 통한 근본적으로 관행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금융의 내분이 계기가 돼 마련됐다.
지난달 국민은행 이사회와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은행 주전산시스템을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문제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금융계는 이를 두고 이사회를 비호한 임영록 KB금융회장과 이 행장 사이의 갈등 때문에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보고 있다.
KB금융 내부의 이런 갈등은 경영상 이견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로 표출한 사례로 KB금융 경영진의 리더십 및 이미지 실추와 기업가치까지 훼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금융권에 대한 신뢰하락과 부정적 인식은 감독부실과 경영실패를 만들어 낸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며 "더 나아가 이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융권 부실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