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21-06-30 15: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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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한한령 이후 한동안 걸어잠근 한국 게임의 외자판호(외국 게임의 판매허가) 빗장을 열어젖힐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중국 정부가 외자판호를 내주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판호 발급의 전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시선도 만만찮다.
▲ 펄어비스의 모바일게임 검은사막 모바일. <펄어비스>
30일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은 한한령 이후 출시된 대규모 한국 게임인데도 외자판호를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 정부가 2017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이후 한국 게임에 외자판호를 내줬던 사례를 살펴보면 한한령 전에 나왔거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게임이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는 2014년 출시돼 한한령 이전에 중국시장에서 서비스되던 게임이다. 핸드메이드테일즈의 룸즈는 규모가 작은 개발사의 인디게임이다.
반면 검은사막 모바일은 한한령 이후인 2018년 2월에 출시됐다. 이 게임의 중국 퍼블리셔(게임 유통·운영사)인 아이드림스카이가 외자판호를 신청한 시점도 2019년 3월로 알려졌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중국에서 수요가 많은 모바일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서는 한한령 이후 처음으로 외자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의 기조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에서 검은사막 모바일을 시작으로 한국 게임사의 대규모 게임이 판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게임사들은 2017년 이후 중국에서 판호를 받지 못해왔지만 검은사막 모바일을 기점으로 판호 발급이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집행임원도 29일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이전의 판호는 소규모 개발사의 콘솔(게임기기)게임 위주였는데 검은사막 모바일의 판호 발급으로 중국 진출이 가능해지지 않았나 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게임에 외자판호를 발급하는 건수도 올해 들어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외국게임 76종이 외자판호를 받았다. 2020년 전체 97건과 비교하면 외자판호 발급건수가 6개월 만에 전년 대비 80% 정도까지 채워졌다.
다만 중국 정부는 검은사막 모바일에 외자판호를 발급한 이유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이전에 서머너즈워:천공의 아레나나 룸즈에 판호를 내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외자판호를 전면 개방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판호 발급량을 일정 수로 조정하는 판호총량제도 시행하고 있다.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받으려면 이전과 달리 다른 나라의 게임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현재 중국의 외자판호는 중국 정부가 주면 감사하고 안 주면 하염없이 쳐다만 봐야 하는 형국이다”며 “지난 4년 동안 한국, 일본, 미국, 유럽 게임이 판호를 받은 건수를 들이밀면서 중국 정부에 누적된 숫자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