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타결이 지연된 데다 올해 임금협상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통합교섭을 위해 전향적 제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르노그룹 본사 차원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으로 전환한 만큼 인건비 상승문제는 시뇨라 사장에게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29일 르노삼성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기존 대표노조인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르노삼성차 노조)이 이르면 7월4일부터 교섭대표노조로서 회사와 단체협약 등을 할 수 있는 교섭권을 다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앞서 르노삼성차는 교섭창구 단일화제도에 따라 르노삼성차 노조로부터 과반수 노조 사실을 통보받아 과반수 노조로 공고했다. 르노삼성차에 교섭을 요구한 노조의 전체 조합원 수는 1943명인데 르노삼성차 노조의 전체 조합원 수가 1749명으로 과반수를 훌쩍 넘겼다.
대표노조 르노삼성차 노조가 지난 1년 동안 단체협약을 타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소수노조인 새미래노조와 영업서비스노조가 회사에 재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법 절차에 따라 르노삼성차 노조의 쟁의권과 교섭권이 정지된 뒤 대표노조를 다시 정하는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7월3일까지 소수노조 등의 별도 이의신청이 없다면 르노삼성차 노조는 다시 교섭권을 확보해 회사와 2020년 임단협과 관련해 교섭을 다시 진행할 수 있다.
현재 회사와 노조 모두 2020년 임단협과 관련해 빠르게 협상 테이블을 펴자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르노삼성차 노조는 회사의 노무관련 임원과 만나 한 차례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노조와 2020년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더라도 2021년 임금협상을 연이어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만큼 2년치를 통합해 협상하자고 노조를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르노삼성차가 처음 내놨던 제시안도 2020년과 2021년 통합교섭을 뼈대로 하고 있었다.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노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기본급 동결을 계속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회사가 2년치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기존 제시안에 반발해 총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르노삼성차 노조가 다시 교섭권을 확보한 만큼 쟁의권 역시 새로 확보해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뇨라 사장으로선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다.
특히 XM3 유럽수출 물량이 갈수록 더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 생산 확보는 시뇨라 사장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나온 7월 생산일정에는 하루 1시간씩 잔업이 추가됐다.
6월에는 2교대 근무에 특근만 진행했는데 7월부터는 잔업까지 할 정도로 수출 증가에 따라 생산물량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런 점에서 시뇨라 사장이 선제적으로 생산 증대를 통한 고정비 감축부분까지 미리 고려해 기본급 인상을 검토할 수도 있다.
통합교섭을 원만하게 해결한다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노사 관계문제로 생산에 차질을 겪는 변수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XM3 수출물량이 늘어 과거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만큼 고정비 감소 효과도 클 수 있다.
이미 르노삼성차는 올해 희망퇴직으로 인력을 줄인 상황에서 수출로 공장 가동률을 높인다면 그만큼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
과거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은 연간 약 13만 대 수준이었다. 르노삼성차가 영업손실을 봤던 2020년에 국내외에서 자동차를 11만6166대 팔았다는 점에서 큰 수준이다.
르노삼성차의 노조 간부에 따르면 29일 진행된 회사의 경영설명회에서 아직까지 섣불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XM3가 과거 닛산과 계약했던 로그 물량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노조에서도 2년 치 통합교섭과 관련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2년치와 관련해 충분한 보상을 한다면 협상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우선 회사와 교섭을 하면서 회사의 새로운 제시안을 살펴본 뒤에 향후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르노그룹 본사에서 한국을 고정비 감축 대상 국가로 지정한 점이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기본급 인상을 결정하는 데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르노그룹은 올해 1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판매량을 중심으로 한 기존 경영전략에서 수익성으로 무게를 옮겨 싣는 ‘르놀루션’ 전략을 발표했다.
르노그룹은 2020년 5월 발표한 비용 절감안보다 강화된 고정비 감축을 통해 2023년까지 영업이익률 3% 이상 달성과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비용 등을 수익의 약 8% 수준으로 절감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한국을 중남미, 인도와 함께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시장이라고 꼽았다.
시뇨라 사장은 10일 열린 2022년형 XM3 공개행사에서 "르노삼성차는 현재 생산물량 감소, 고정비 부담 증가, 부산 공장 경쟁력 회복 등 많은 난관에 놓여있다"며 "유럽 수출 물량을 제때 공급해야 부산 공장의 가동율을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회사 생존을 위한 이익 창출과 직원들의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