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이 동아원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한국제분을 1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동아원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하고 제분업에 진출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할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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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
2일 업계에 따르면 사조그룹 계열사인 사조씨푸드와 사조대림, 사조해표 등으로 구성된 사조컨소시엄이 한국제분 지분 85%를 1천억 원에 인수한다.
사조컨소시엄이 한국제분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조씨푸드가 400만 주, 사조해표와 사조대림이 각각 300만 주씩 모두 1천만 주를 인수하게 된다.
한국제분은 동아원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아원 지분 53.43%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사실상 지주회사다.
동아원그룹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사조그룹이 동아원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넘겨받으면서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에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과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의 인연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두 사람은 경기고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 회장이 전직 대통령 사돈기업을 품에 안은 점도 화제를 낳고 있다.
이희상 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이다. 주 회장은 앞서 2004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식용유 전문회사 해표(현 사조해표)를 인수한 적이 있다. 주 회장도 15대와 16대 국회의원을 지내 정계에도 발을 들인 이력이 있다.
사조그룹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평가된다.
주 회장은 원양어업이 주력이었던 사조산업 경영권을 물려받아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키워왔다. 사조씨푸드를 통해 참치 캔 등 수산물 가공시장에 진출했고 2000년대 이후에도 해표, 대림수산, 오양수산 등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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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지홍 상무. |
사조그룹은 또 2010년 남부햄, 2011년 닭고기 회사 유성, 2013년 축산기업 화인코리아 등도 인수해 지난해 3분기 기준 계열사가 31개로 불어났다.
한국제분은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에 이어 제분업계 시장점유율 3위 기업이다.
식품업계는 사조그룹이 한국제분 인수를 계기로 밀가루 생산은 물론 밀가루를 활용한 면류 등 완성식품 생산에도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주 회장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장남인 주지홍 사조그룹 식품총괄본부장이 상무로 승진해 경영권 승계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주 상무는 사조그룹 비상장사인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다.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12월 사조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해 사실상 그룹 지주사로 올라섰으며 이에 따라 주 상무의 경영권 승계가 확실시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