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안으로 미국 내 배터리셀공장 건설에 착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미국 내 부품 공급망 강화정책을 펴는 데다 신북미무역협정에 따라 완성차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덜려면 미국 안에서 생산하는 부품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완성차 미국 생산 부품 사용 늘려야, 전영현 삼성SDI 미국 갈 이유 커져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전기자동차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삼성SDI로서는 조만간 미국에 배터리셀공장을 건설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공급망 미국 중심주의 강화로 완성차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관세 압박이 높아지는 만큼 전 사장이 전기차업체를 붙잡기 위해 이른 시간 안에 미국에서 삼성SDI 배터리셀공장 건설에 나설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정책에 따라 전기차 수요 증가가 전망되는데 미국 내 부품 공급망정책도 강화되고 있어 미국 내 배터리 생산거점 확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게다가 신북미무역협정(USMCA) 발효로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비중을 높여야 해 삼성SDI의 미국 공장 건설이 유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신북미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이 협정은 2020년 7월 발효됐다.

신북미무역협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한 것이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도 변경 없이 이어지고 있다.

신북미무역협정에 따라 완성차업체는 미국 현지생산 부품의 비중을 기존 62.5%에서 75%로 늘려야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유예기간은 2025년 7월 1일까지 주어졌다.

전 사장으로서는 배터리셀공장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기간이 3년 정도임을 고려할 때 올해나 늦어도 내년 안으로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삼성SDI와 경쟁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회사들도 미국 현지에 공장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전 사장의 결정을 재촉할 요인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셀 공장을 들고 있고 현재 오하이오주에 GM과 함께 합작공장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전 사장이 배터리셀공장 후보지역으로 미국 미시간주와 '선벨트지역' 가운데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미시간주는 삼성SDI의 배터리 고객회사 가운데 하나인 포드의 자동차공장이 있는 곳이다. 여기에는 배터리 조립공정(배터리셀→배터리모듈→ 배터리팩)의 마지막 단계인 팩 단계를 담당하는 삼성SDI 공장도 자리잡고 있어 기존 공장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선벨트지역은 날씨가 온화한 북위 37도 이남의 미국 남부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테네시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조지아주, 앨라바마주 등을 포함한다.

선벨트지역에는 현재 현대자동차와 기아, GM과 BMW, 벤츠 등 다양한 업체들의 자동차공장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미시간주보다 많은 고객회사와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삼성SDI는 미국 배터리셀공장 건설과 관련해 현재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 진출과 관련해 면밀히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