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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간금융지주법’ 처리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법안은 19대 국회 계류 중이어서 현재로서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재벌의 금융회사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뒤흔들 수 있고 삼성그룹 뿐 아니라 금융계열사를 다수 거느린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재편과도 무관치 않아 향후 삼성그룹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중간금융지주법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법은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9월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을 일컫는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재벌그룹은 지주회사 아래 금융회사를 두지 못하도록 돼 있다. 중간금융지주법은 지주회사 아래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고 그 아래 금융계열사를 거느리도록 한 것이 주요 뼈대다.
삼성생명은 28일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를 1조5400억 원에 모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물론 삼성그룹은 이런 해석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인 중간금융지주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에서 상임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중간지주법은 사실상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얘기하기는 시기상조란 뜻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법 통과를 염두에 두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금융계열사간 시너지 제고를 위한 것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두 축으로 삼아 계열사 지배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내 재벌그룹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복잡한 순환출자를 해소해 기업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 지분처리 문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그룹 뿐 아니라 금융계열사를 다수 거느린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과 SK그룹은 2003년과 2007년에 각각 LG증권과 LG카드, SK증권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롯데그룹도 호텔롯데를 상장해 지주회사로 삼는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 경우 호텔롯데는 롯데손해보험(26.58%). 롯데캐피탈(26.60%), 롯데카드(1.24%) 지분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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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현대차그룹도 금융계열사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두고 있다. 최근 제너럴일렉트릭이 두 회사 보유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대응이 관심을 모았던 것도 지주회사 체제 전환문제와 깊숙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사들이 매각설에 자주 휘말리고 있는 것도 카드회사 자체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고민 탓도 있지만 지주회사 전환에 걸림돌도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사들이면서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물론 향후 삼성카드를 분할해 다시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삼성그룹의 이런 선택은 현대차그룹이나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맞물려 지주회사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지주회사 전환 문제가 얽혀 있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아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시점이 다가올수록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앞으로 선택은 지주회사 전환 추진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이 명백한데도 금융계열사 처리 문제로 고민하는 다른 재벌그룹들에게도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