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민 기자 hamkim@businesspost.co.kr2021-05-0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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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hy(옛 한국야쿠르트) 대표이사 사장이 유산균 배양기술을 활용한 원료소재 개발과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제품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발효유 중심의 매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 사이 거래(B2B) 중심의 원료소재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고 한다.
▲ 김병진 hy 대표이사 사장.
2일 hy에 따르면 올해 들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원료소재사업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거래처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hy는 원료소재사업을 기업 사이 거래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hy는 5년 동안의 신소재 연구개발 끝에 최근 '발효녹용농축액'의 상품화를 위한 작업를 마무리했다.
기존에 hy의 기업 사이 거래 품목은 고농축 분말형태의 프로바이오틱스가 중심이었는데 앞으로는 액상 형태의 발효녹용농축액까지 넓어지게 된 셈이다.
hy가 이번에 자체개발한 발효녹용농축액에는 일반적으로 녹용 부위 가운데 최상품으로 치는 '분골'이 아닌 '중대' 부위가 사용됐다.
녹용은 위쪽부터 분골, 상대, 중대, 하대 등 네 부위로 나뉘는데 가장 위쪽에 위치할수록 약효가 크다고 알려졌다.
분골은 단백질 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ganglioside)를 비롯한 영양성분이 풍부하지만 전체 녹용 부위 가운데 2%에 불과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hy는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균주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유산균 'HY7602'가 발효능력이 뛰어남을 확인하고 녹용 발효용으로 선택했다. hy는 유산균 발효기술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대 부위를 사용하면서도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을 분골 수준으로 높여 영양성분을 강화했다.
hy관계자는 "발효녹용농축액은 풍부한 영양성분을 포함하면서도 B2B소재로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춰 시장성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원료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액상 형태의 원료는 분말 형태보다 활용도가 높아 음료뿐 아니라 환, 젤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다양한 거래기업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hy는 자체 데이터베이스인 '균주 라이브러리'에 4500종의 균주를 등록해 두고 있는데 김치에서 분리한 비타민B2 생성 특허 유산균 'HY7715' 등 6종의 식약처 인증 개별인정원료와 52종의 자체개발 특허 균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킬팻' 유산균은 식약처로부터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효능을 인정받아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회사인 휴럼, 장수농가 등에 공급하고 있다. 또 피부 보습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 'HY7714'는 종근당건강과 뉴트리 등에 공급한다.
이처럼 hy가 원료소재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기업 사이 거래부문을 강화해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부문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정체에 놓인 실적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hy는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632억 원, 영업이익 1020억 원을 거뒀다. 2019년보다 매출은 0.54%, 영업이익은 3.6% 각각 감소했다.
hy는 그동안 프레시매니저(야쿠르트아줌마)를 통한 기업과 소비자 거래에 집중했는데 실적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사업모델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김 사장은 올해 1월 "식품업은 전자상거래 등 다른 산업군에 비해 성장폭이 크지 않다"며 "성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19년부터 평택 공장에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배양부터 생산에 이르는 통합 공정체제를 마련하는 등 원료소재의 개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hy는 2020년 3월 처음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를 앞세워 기업 사이 거래를 시작했는데 한 해 동안 3천kg에 이르는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를 판매하며 원료소재시장에서 가능성을 봤다.
올해 들어서는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판매량의 성장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1분기에만 모두 3천kg의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를 판매해 2020년 한해 판매량을 넘어섰다.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3천㎏은 '야쿠르트 라이트' 제품을 4억9천만 개 만들 수 있는 양이다.
hy 관계자는 "기업 사이 거래부문은 아직 시작단계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원료소재사업의 규모를 키우려고 한다"며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을 이어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기업 사이 거래를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