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하나금융지주 글로벌담당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가 하나금융투자의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 해외 대체투자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해 해외사업에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박, 부동산, 발전소 등에 투자를 더욱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 실적 증가세 이어가, 이은형 글로벌 비즈니스 더 민다

▲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23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순이익 1366억 원을 거뒀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5%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2021년 전체 실적을 향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에도 연간 순이익 4109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이 부회장은 하나금융투자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 해외 대체투자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는 투자금융(IB)부문에서 전체 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3490억 원을 거뒀다. 특히 해외사업을 통해 투자금융부문 순이익의 약 33%인 1383억 원을 내면서 실적에 큰 힘을 보탰다.

하나금융투자는 3월 IB2그룹 산하 대체투자 조직을 기존 2실체제에서 3실체제로 확대하면서 대체투자 강화 의지를 내보였다.

대체투자3실장으로 유병수 전 KTB투자증권 상무를 영입했다. 유 전 상무는 항공기금융 등에 강점을 지닌 해외 대체투자부문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은 3월 대표 취임 뒤 '하나금융투자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진정한 초대형 투자은행으로서 도약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한 주주배정 방식으로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하나금융투자 유상증자는 이은형 부회장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유상증자가 완료되고 1분기 실적이 반영되면 하나금융투자 자기자본 규모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데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및 현지실사 제약 등에도 불구하고 해외 대체투자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던 국내 대형증권사들이 최근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글로벌 운용사인 칼라일그룹과 협업을 통해 알라스카 원유터미널 친환경 특수선박에 1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함께 미국 퀼트릭스타워를 7800억 원에 인수했다. 퀄트릭스타워 인수는 미국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받으며 ‘올해의 오피스 빌딩 거래’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두 달 만인 올해 2월에 인수금액 전액을 셀다운(재판매)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9월에는 호주 퀸즐랜드주 태양광발전소 개발에도 참여했다. 토지 매입 단계까지 진행됐던 사업을 인수해 개발을 마무리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 인프라 개발사업의 실무를 주도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까지 현지에서 조달한 최초 사례였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개발사업에 투자했고 이후 올해 1월에 셀다운을 마쳤다.

이 부회장은 학계와 금융계를 모두 거치면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글로벌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 부회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중국 지린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중국 지린대 동북아연구원 교수를 거쳐 베이징대 고문 교수로서 중국 학계에서 활동하다 금융계로 자리를 옮겼다.

다국적 컨설팅회사 GCIG 총괄대표 시절에 하나금융의 지린은행 투자건을 주선했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의 가장 성공적 해외투자로 꼽힌다.

중국민생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근무할 때는 미국 재보험사 시리우스를 22억 달러에 인수하고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까지 주도했다.

하나금융그룹 글로벌전략 총괄 부사장(CGSO)을 지내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작업, 중국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통합 작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